<전문기자칼럼>業者 입김따라 그은 버스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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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시내버스노선이 내달초부터 일부 바뀐다.4백39개 노선중48개를 바꾸니까 우선 양적(量的)으론 대폭이다.그동안 버스노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시민들은 『이젠 좀 나아지나』하는 기대로 부풀어 있다.
그런데 바뀐 내용이 그게 아니다.조정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그동안 수익성이 낮아 없애는 노선이 11개,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중간에서 자르는 노선이 12개,지금까지 잘 오던버스를 다른 데로 돌린 노선이 12개 등이다.오 랜만에 이루어진 대폭조정이 결국 시민편의(便宜)보다는 업자입장을 더 고려해이루어진게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도 들린다.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했으면 됐을 그 정도 조정을 왜 한데몰아 시민을 혼란스럽게하느냐고 분개하는 사람까지 있다.
서울시는 이번 노선조정안을 서울시 산하 연구원의 전문가,심지어는 외국의 저명교수까지 초청해 1년이 상 연구해 마련했다고 한다.「노선을 대충 이리저리 바꾸는 정도의 연구」에 외국전문가까지 초빙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그동안 국내전문가 들이 숱하게제안했던 「공동배차제,갈아타기시스템,보조금제도」등 근본적 버스운영개선방안은 검토도 안해 본 모양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기회만 있으면 버스를 서민의 「편한 발」로만들겠다고 호언해 왔다.그런 서울시가 사실은 「업자가 싫다면 지금까지 잘 다니던 노선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하는 처지쯤」으로전락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많은 사람들은 갖고 있다.서울시가 버스노선에 관해 지금 무슨 힘을 행사하고 있는가.요금을 올려주면서 「냉방」을 하라고 해본게 여러번이지만 효과를 본 적도 없다.업자가 원하면 노선을 갑자기 없애고,불편해진 서민은 자가용승용차를 떠올리고,서울시 교통은 이런 식으로 계속 악화돼 온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민선시장 후보들도 저마다 「버스노선조정」을 공약하고 있다.아예 노선망을 대폭 바꿔보겠다는 후보까지 있다.여하튼 8천여대밖에 안되는 버스가 서울시내 주요 도로를 온통 차지하게 만드는 기존노선체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2~3명을 태 운 버스가 중심가 도로를 「전용」으로 달리는 것도 무지(無知)의 소산이다. 지금 서울은 지하철.도로의 확충보다 버스노선의 전면개편이 훨씬 더 시급하다.
陰盛稷〈교통전문위원.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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