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미 안보포럼] 북한 핵문제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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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와 윌리엄 드레넌 미 평화연구소(USIP) 부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북핵 토론에서도 한.미 양측은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보다 유연한 대북 접근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 반면 미국 측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북한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의 '도발적'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그는 "제2차 북핵 위기의 본질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북한의 반발"이라고 지적하고, 제2차 6자회담에서 확인된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남북관계연구실장도 '채찍'보다는 '당근'을 강조하는 접근법을 미국에 주문했다.

한.미 양측은 제2차 6자회담의 쟁점이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이슈에 대해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조셉 윈더 미 한국경제연구소(KEI) 대표의 "핵의 평화적 사용까지 포함한 완전한 핵 포기가 CVID의 정의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외교부 문하영 정책기획관은 "CVID 원칙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은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에서도 인정된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재가동하면 CVID 문제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 김성배 전략담당관은 "한국이 전쟁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은 완전한 오해"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SAIS) 교수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 사실화하고, 핵 능력을 현수준에서 제한하는 선택과 정치.경제.군사적 수단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시키는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를 역임한 잭 프리처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을 고려할 때 제3차 6자회담에서도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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