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팔 걷어붙인 對北 쌀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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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北-日수교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대북쌀지원문제는 단순히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문제가아니다. 북한과 일본은 쌀문제를 수교교섭재개 분위기를 고조하는방편으로 삼고 있다.
일본과 북한 사이에 쌀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연립여당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는 북한과 일본이 비밀교섭을 통해 수교교섭을 빠른 시일내 재개한다는데 합의해 놓고 있는 시점이었다.다만 수교교섭 재개와 남북한 관계개선을 연계시키는 한국정부가 일본엔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때 이미 일본은 1백만t규모의 대북 쌀 지원을 원칙적으로 결정하고 한국정부의 의사를 타진했으나 한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은 대북 쌀지원을 포기하지 않고 우회적인「작전」을펴고있다.
일본 외무성 중국과장 출신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자민당 정조회장이 북한간 채널을 활용해 쌀지원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안을북한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일본은 북한으로 하여금 공개적으로 쌀지원을 요청토록 함으로써 일본의 대북쌀지원의 정당성을 높이고 여론을 동원해쌀지원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북한 역시 수교교섭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일본의 자금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선 일본과 관계개선을 진척시키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北-日간 관계개선에 급급한 상황의 틈바구니에 우리정부가 끼어있는 형국이다.
우리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우리보다 앞서가는 北-日관계를 반대하고 있다.
쌀문제만 해도 일본은 한국이 먼저 지원해야한다는 한국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베이징(北京)의 차관급협상에도 나선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이 반드시 한국쌀을 형식적으로만 받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한국정부는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장기적으로도 북한과 일본이 접근함으로써 일본이 한반도에 발언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최대한 막아야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벌이며 일본에 대해 강한 경고를 밝히고자제를 거듭 요청하는 배경이다.
남북한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는 3파전의 판도가 어떻게 정해질지 남북간의 베이징 접촉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趙泓植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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