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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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어리석은 여인! 인간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내가비록 정민수를 사랑했지만 이미 그와의 이별이 결정된 이상 내 삶을 그에게 갇혀지낼 수는 없는 것이다.그래봤자 당신같은 살인자밖에 더 되겠는가.
정민수와의 사랑은 소중한 추억으로,기억으로,정신의 자산으로 간직하고 새롭게 현재와 미래의 삶을 맞는 것이다.정민수 또한 채영이 그렇게 열심히 살기를 바랐다.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이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그런데 과거에 사로잡 혀 멀뚱하니현재를 보다가는 그 소중한 만남은 흩어지고 만다.
모든 만남은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다.정민수와의 사랑은 저승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김민우다.그는 현재와 미래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물론 그가 재수가 나쁘거나 자기 삶을 소중히못해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면 그건 또 별개이지만….지금 나에게,그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삶이다.삶은 죽은 자를 일으켜세우고 정지되어 있는 모든 것을 흐르게 할 수 있다.영겁을 통해 이루어진 삶만큼 소중한 것이 또 어 디 있는가.인생은 어떻게든죽는 사람만 억울한 것이다.그런데 당신은 나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이미 지나간 과거로 우리의 현재를 죽이려 하고 있다.
그것을 나는 용인할 수 없다.나는 내 삶을 과거의 어둠속으로끝내고 싶진 않다.
내 삶을 미래의 빛 하 가운데로 폭발시키고 싶다.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감히 나의 소중한 삶을 이리저리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상념에 잡혀 흐릿해져 있던 채영의 눈 앞이 현실로 맑아지면서 소중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채영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어머!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그런데 당신은 여기 웬일이오?』 『네,여기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요….』 『거짓말할 필요 없어,우리 솔직하게 얘기하지.』 웬 남자가 불쑥 껴들었다.아까 카페에 들어올 때 본 나이가 다소 지긋한 이상적으로 멋있게 생긴 분위기있는 남자다.
『김민우씨죠.앉으시죠.할 말이 있으니까요.』 남자가 자리를 권했다.민우는 머쓱하니 자리에 앉았다.이건 웬 또 사건이야.
『희경이 범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살해된 정신과 의사들이 모두 내가 만나려는 정신과 의사였으니까요.그 우연에서현실을 찾다보니 희경씨를 떠올리게 되었죠.그러나 희경씨가 범인이 아니기를 바랐어요.하지만 자료를 조사하면 할수록 그 의심은더욱 굳어졌어요.경동맥을 정 확히 꿰뚫는다는 것은 그 방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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