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남자] 자녀 교육, 거 참 어렵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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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자녀교육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 자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잘 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또 '엄마가 키우는 것보다 낫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교육에 좋다는 온갖 방법을 다 따라해 봤다. 이런 고민 속에서 몇 가지를 깨닫게 됐는데, 그것은 자녀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인생을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자녀를 칭찬하는 것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 받아쓰기를 30점 받아왔다. 야단을 쳐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피자를 한판 사주고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랬더니 다음에는 10점을 받아 가지고 와서도 큰소리를 쳤다.

"빵점 맞은 친구도 있니?"라고 물으니 "없지. 빵점을 어떻게 맞아"라고 아주 씩씩하게 대답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고선 잘했다는 칭찬을 하고 통닭을 사줬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들이 하는 말이 "아빠, 내 친구는 70점 맞았는데 엄마한테 혼났대. 그런데 왜 나는 10점 맞았는데 통닭을 사줘?"라고 이상하다며 물었다. 그래서 "준호는 시험 보는 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니? 점수가 잘 나오고 안나오는 것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자신과 부모를 속이는 나쁜 일이란다. 나는 네가 부모를 속이는 아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준호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듣더니 그 다음부터는 10점을 맞았다고 큰소리 치는 일이 없어졌다.

둘째는 밥상에서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밥 먹을 때 자녀에게 말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이 '~하지 마라'는 지적과 부정적인 말들이다. 왜냐하면 서로 마주보고 대화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밥을 먹을 때는 절대로 우울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밥을 먹을 때 들은 얘기는 밥알을 꼭꼭 씹으며 말을 듣기 때문에 가슴에 꼭꼭 새겨져 그날의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얘기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얘기만 하고, 남을 흉보는 얘기, 깔보는 얘기보다 남을 칭찬하고 높여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자녀교육에 훨씬 좋다.

셋째는 양성평등 의식을 가진 자녀로 키우는 것이다. 우리 집에선 밥 먹다가 "아빠! 물, 혹은 엄마 물!"이라고 했다간 나의 호통을 들어야 한다. "너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누구한테 뭘 시키는 거니? 엄마.아빠를 종 부리듯 물을 가져오라니!"

밥 먹다보면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물 한 그릇 가져다 줄 수 있지, 그걸 가지고 너무 심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으로 자란 자식은 나중에 시집가서도 주말에 친정 엄마 불러서 아이들 맡기도 영화관람하고, 스키 타러 가면서 시간없다고 김치 담가 달라고 전화하는 아주 싸가지 없는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사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에게 있어서 자녀교육은 가장 큰 무기이자 짐이다. 자녀교육의 모든 책임이 주부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 뉴스에 '학력에 관계없이 전업주부인 어머니를 둔 수험생의 대학교 입학률이 어머니가 취업한 경우보다 세배나 높다'라는 이야기에 희망을 가져본다.

글=인천댁 차영회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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