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시공능력 氣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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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를 둘러싸고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의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재의 평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10일 정부에 개선 건의안을 제출하자, 삼성건설이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면서 반격에 나섰다.

현재의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올해 시공능력평가의 1위는 삼성건설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42년동안 1위자리를 지켜온 현대건설의 아성이 무너지는 셈이다. 시공능력 평가기준은 ▶경영평가 ▶실적평가 ▶기술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는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올 8월 1일부터 적용한다.

양사의 다툼이 되는 부분은 경영평가.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경영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였는데 올해는 44%나 된다. 유동성 위기를 겪어 출자전환까지 겪은 현대건설이 불리해지게 마련이다.

현대건설은 건의문에서 "현행 시공능력 평가제도가 건설업체의 시공실적과 기술능력 부문을 지나치게 낮게 반영하고 있는 반면, 경영상태나 실질 자본금 부문은 너무 높게 평가해 실제 건설회사의 공사 수행능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의 움직임에 불안을 느낀 삼성건설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이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외형 부풀리기식의 무분별한 적자 수주가 시공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상태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맞서고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건설업게에서 1위가 갖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한만희 건설경제국장은 "평가제도 개선의 필요가 있는지, 있다면 언제 바꿔야 하는지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이와 관련, 11일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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