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총수들 明博배경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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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역경을 딛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다.』 美 존스홉킨스大가 지난달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면서 밝힌 취지다.
鄭회장의 인생 역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 이 말 속에는 「명예박사」가 얼마나 「명예」스러운 것인지 잘 나타나 있다.
명예박사와 관련한 주요 그룹 총수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개인적인 배경과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표참조〉 鄭명예회장은 명예박사 8관왕으로 단연 재계 선두.
분야도 경제.경영 외에 공학.정치.문학.철학까지 다양한데 가난때문에 국민학교 졸업이 최종 정규학력이었던 것을 확실히 보완한 셈이다.
재계 2위는 5관왕인 김우중(金宇中)대우 회장.
명예박사가 따로 필요없을 듯한 명문교(경기고.연세대)출신임에도 단시일안에 「대우(大宇)신화」를 쌓아 이같이 많은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 회장도 지난4월 해양大에서 한진해운을국내 최대의 해운선사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학위수를 3개로 늘렸다.구자경(具滋暻)前 LG회장은 지난86년 고려大에서 받은 명예학위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진주사범을 졸업한뒤 직접 교편을 잡은 경험이 있는데 기업가가된 뒤에도 연암문화재단을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등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
김선홍(金善弘)기아 회장은 한양대가 국내 처음으로 자동차학과를 만든 것이 계기가 돼 지난해 명예박사가 됐다.
2세총수들은 한편 명예박사가 거의 없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외국 유학을 다녀오는등 정규 공부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명예학위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李健熙)삼성 회장,김승연(金昇淵)한화 회장을 비롯해 최근 경영대권을 이어받은 구본무(具本茂) LG회장,김석준(金錫俊)쌍용회장등은 모두 명예학위가 없다.
최종현(崔鍾賢)선경회장도 美 시카고大에서 경제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직접 딴 유학파.
그는 4일 매년 한 명씩밖에 뽑지않는 「시카고大를 빛낸 올해의 동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으나 정작 명예학위는 없는데 그간 여러 대학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사양했다는 후문.한편박성용(朴晟容)금호회장은 美 예일大에서 명예가 아닌 진짜 박사학위(경제학)를 따내 재계가 자랑하는 실력파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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