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오락가락 … 또 다른 납치·살해 숨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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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피의자 정모씨가 우예슬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시흥시 군자천에서 18일 오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의 좌·우측 아래에서 우양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사진=안성식 기자]

경찰은 18일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피의자 정모(39)씨를 상대로 추가 범죄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몇 년간 경기도 일원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 범죄 드러날까?=경찰은 최근 1년 사이 잇따랐던 네 건의 부녀자 실종 및 피살 사건에 정씨가 연루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2006년 12월 14일과 24일, 2007년 1월 3일 노래방 여성 도우미 배모(45)·박모(37)씨와 직장인 박모(52·여)씨가 연쇄 실종됐다. 이들은 모두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끊겼다.

2007년 1월 7일 여대생 연모(20)씨가 실종된 수원시 금곡동 버스정류장은 이혜진양의 시신이 암매장된 지점과 직선거리로 3㎞가량 떨어진 곳이다. 정씨는 이들 사건 중 화성시 비봉면 실종 사건과 관련해선 용의자로 내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이미 여러 차례 강력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바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의 일부만 털어놓을 뿐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진술 번복이 추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2월 25일 두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 화장실에서 처리해 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정밀 감식 결과 정씨의 집 화장실 벽에서는 미세한 사람 혈흔과 동물 핏자국만이 발견됐다. 경찰은 사람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DNA 검사를 하고 있지만 시체 절단을 한 장소에서 발견되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양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두 아이를 살해하고 토막 낸 제3의 범행장소를 의도적으로 정씨가 숨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거짓 반응=정씨는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정모(당시 44세·여)씨 실종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같은 해 7월 17일 오후 11시40분쯤부터 정씨와 네 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이후 도우미 정씨는 군포시 금정동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정씨가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정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을 하면서 도우미와 통화한 것 같다. 그날 대리운전을 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당시 정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었다”며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풀려났고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글=천인성·임주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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