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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형’에게 향하는 기대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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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마음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내가 아는 이 부의장은 평소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는 것 자체를 꺼리는데, 근래 한나라당 공천 문제로 자주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보다 앞서 대통령제를 확립한 미국은 의원 재선 비율이 거의 90%에 이르고 있고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인식도 관대한 편이다.

지금도 미국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케네디가의 대통령 형제들부터, 현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플로리다 주지사를 맡았던 잽 부시 형제, 심지어 그들의 아버지조차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이 부의장은 동생보다 먼저 정계에 입문해 당 3역을 거치고, 동생에게는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 조언자 역할을 해온지라 억울한 마음이 들 만도 하다. 실제 동생이 서울시장 재직 때에는 행여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4년 내내 시청 직원과 커피 한 잔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에는 당이 화합하도록 박근혜 측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이도록 했으며, 오는 총선 이후에도 차기에 대한 욕심 없이 현안을 거중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세간에 쏠리고 있는 비판의 시선을 마냥 억울해하고 있다면, 그 역시 “나는 예외다”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가 아무리 공·사석에서 나는 당직과 국회의장을 맡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해도, 많은 이가 ‘동생은 대통령, 형은 국회의장’이 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지금껏 대한민국 국회 부의장이자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자신은 살얼음 밟듯이 조심해 왔다 해도,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과거 정부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친인척에게 비정상적인 권력이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상득 부의장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골 촌부였던 전직 대통령 형의 사례를 들며, 그가 원내 제도권에 있는 것이 더 감시하기 쉽다고 하는 이도 있다. 정말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건국 이후 60년 만에 우리도 대통령 친인척의 성공한 사례를 겪어볼 수 있다면 그 또한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