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피해 농가 돕자" … 일손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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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폭설 피해 현장에 '온정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피해 농가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한 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시름에 잠겨 있던 농민들도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10일 오후 상주시 함창읍 신흥리의 비닐하우스 단지. 고령군에서 온 주민 70명이 폭격을 맞은 듯 부서진 김충식(50)씨의 오이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먼저 지붕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이어 익숙한 솜씨로 비닐을 벗겨내고 철골을 절단기로 하나하나 잘라냈다. 이날 작업으로 300여평의 비닐하우스가 말끔하게 치워졌다.

주인 김씨는 "이들 덕분에 3~4일이면 철거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같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만 태우던 차에 자원봉사자들이 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딸기 재배농인 자원봉사자 곽영철(48.농업.고령군 쌍림면 안림리)씨는 "보도를 보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기 출하를 아내에게 맡기고 이웃 주민 5명과 함께 왔다"며 "농민 고통은 농민만 아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철거작업을 완전히 끝낸 뒤 돌아가겠다고 했다.

상주시 공검면 역곡리 이희숙(49)씨의 오이 비닐하우스에도 복구의 손길이 분주했다. 한국도로공사 경남지역본부 직원 50명이 이곳을 찾아 힘을 보탰다. 이씨는 "자원봉사자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문경.상주.영주.예천.봉화 등지엔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 1만2000여명이 팔을 걷어 붙이고 복구작업을 벌였다. 특히 군경 3000여명이 매일 현장에 투입돼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땅속에 콘크리트를 치고 비닐하우스 철골조를 세운 탓에 절단기나 용접기로 일일이 잘라내는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철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피해지역의 응급 복구율은 평균 30% 선이지만 눈이 많이 녹아 작업 진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 재해대책본부는 ▶비닐하우스 240㏊▶버섯재배사 340동▶인삼밭 405㏊▶축사 672동 등이 파손돼 북부지역의 총 피해액은 10일 현재 678억원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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