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하고 일본마저 경기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아시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전역이 호황=지난해 태국 경제는 조류독감 피해에도 불구하고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분기에 7.8% 성장한 데 힘입어 연간으론 6.7% 증가했다. 95년(9.2%) 이래 9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는 "수출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증하고 있고, 내수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는 성장률이 8%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은 10일 "올해 태국의 투자가 21% 증가할 것"이라며 성장 전망치를 8.1%에서 8.4%로 상향 조정했다.
말레이시아 경제 역시 지난해 5.2% 성장해 아시아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12월에만 수출이 36% 늘었다. 6.4%의 성장을 기록한 4분기 제조업 생산은 12%, 서비스 부분은 4.5% 각각 늘었다.
대만도 지난해 3.24%의 성장률로 한국을 앞질렀다. 연간 1.1% 성장으로 한국에 유일하게 뒤진 싱가포르도 지난해 4분기에는 4.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사스 파동으로 주춤했던 경제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 같은 아시아 경제의 동반호황은 중국 경제의 기록적인 성장과 일본.미국 등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은 것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한달 동안 수입이 대폭 늘어나 7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변국 수출신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경제도 지난해 4분기 6.4%(연율) 성장률을 보이며 13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에는 소매판매가 4.5% 증가하는 등 지난 10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일본인의 소비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한국만 처져=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7~2.9%대의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와 투자지표는 올해도 뒷걸음질치고 있어 경기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1월 도소매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었고 소비동향과 관계 있는 국내 서비스업 생산도 1.7% 줄었다. 국내 설비투자도 지난해 4월부터 연속 마이너스다.
미국 투자회사 매튜스 자산운용의 마크 헤들리 사장은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서울의 분위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만나는 이마다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