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유가 급등 고민 흔적없다”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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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경북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대통령 전용 헬기를 타고 김범일 대구시장<左>의 안내로 대구공단 내 지식기반 첨단산업단지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정부의 에너지·자원확보 정책에 대해 회초리를 들었다.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지식경제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지식경제부는 과거 산업자원부의 기능 대부분과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 대통령은 산업자원부가 주도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유가 급등을 고민한 흔적이 없다” “국가 경제에 큰 죄를 지은 것이고,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 마인드가 너무 없다”는 표현을 써 가며 질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산업자원부 시절 부처의 이름에 ‘자원’이란 말이 들어가 있음에도 자원 확보 대책은 등한시했고, 장기적 전략보다 눈 앞의 대책 마련에만 급급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2.4%밖에 되지 않는 나라”라며 “2012년까지 이를 18%까지 높이자고 하지만 어떻게 자급률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나와 총리, 관계장관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맹렬한 자원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자원 확보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당선인 시절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원유를 받는 대신 한국 건설업자들이 20억 달러에 해당하는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후진국의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원자재와 자원을 확보하는 이중 전략을 써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위기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급등하는 물가와 관련해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를 우리가 집중 관리하게 되면 전체적 물가는 상승해도 50개 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서민생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지식경제부는 즉각 반응했다. 이 대통령이 ‘대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석유개발공사와 관련해 “석유공사의 역량을 키워 세계적인 자원개발 업체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고속도로의 버스 전용차로제를 평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빨리 손 놔야”=이 대통령은 “기업 입장에선 산자부(지식경제부)가 없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일을 어렵게 만든다는 거다”라며 “해야 할 역할은 강화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빨리 손을 놓으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살 길을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지식경제부가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글=서승욱·손해용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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