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종] 증권업, 온라인 수수료 내리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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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출혈경쟁이냐, 판매 다변화냐. 하나대투증권의 온라인 수수료 인하 검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다음 달부터 은행 계좌와 연계된 계좌를 만드는 고객에게 업계 최저인 0.019%의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누리증권을 인수한 국민은행도 하반기부터 비슷한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다.

시장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증권업종 지수는 17일까지 3거래일 연속 2% 넘게 떨어졌다. 17일엔 코스피 하락 폭(1.61%)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종목이 19개였다. 덜 떨어지거나 오른 종목은 12개에 그쳤다. 미래에셋증권 손지선 애널리스트는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새로 만들겠다고 신청한 곳이 13개나 되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으려면 일부 출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수료율을 내리면 증권사의 주머니 사정은 나빠진다. 손 애널리스트는 “대형사들이 온라인 거래수수료율을 0.03% 수준으로 내린다면 연간 수익이 15∼2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본격 온라인 수수료 인하 경쟁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은행 지점망과 연계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판매 채널’ 경쟁인 만큼 수수료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정길원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규 증권계좌의 약 70%는 은행을 통해 개설되고 있다”며 “키움증권 등 기존 온라인 증권사가 장악한 시장을 뚫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10월부터 은행연계 계좌 고객에게 0.02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을 예로 들었다. 한투증권의 주식거래 평균 수수료율은 이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동안 0.15∼0.16%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평균 수수료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기존 고객이 싼 수수료 쪽으로 대거 몰려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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