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대형 산불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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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 4년 주기 징크스가 되살아난 것인가.

산림청과 강원도는 이번 속초.고성 지역 산불이 초속 23m가 넘는 강한 바람 속에 급속도로 번져가자 1996년 4월의 고성 산불, 2000년 4월 삼척.강릉.동해 지역 산불 등 4년 주기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고성지역 3700ha의 산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96년 총선을, 삼척.강릉.고성.동해.울진 등에 걸쳐 2만3488ha의 산을 삼킨 산불은 2000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산불 역시 17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발생했다.

강릉시는 이 같은 '대형 산불 4년 주기 징크스'를 의식, 지난달 28일 '산불 없는 강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냈다. 또 강원도는 지난달 도내 55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산불방지대책회의를 열어 지난해 148억원이던 산불방지 예산을 20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36대의 헬기와 78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입체적인 대비를 해왔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속초.고성 등의 지자체들도 12명씩으로 구성했던 산불예방 진화대를 16명씩으로 늘리는 등 대비를 해왔다. 강원도청 산림정책과 김천응(52)산림보호담당은 "공무원들 사이에 대형 산불 4년 주기 징크스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4년마다 묘지 이장이나 무속인들이 산속에서 굿을 하는 일이 많은 윤달이 돌아오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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