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백조 꿈꾸는 브라질 국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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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36면

지난해 웬만한 펀드들은 모두 ‘황금거위’ 행세를 했다. 투자자들은 황금알처럼 짭짤한 수익률을 기대했다. 하지만 충만했던 자신감과 달리 황금거위 펀드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주식시장이 약속이나 한 듯 세계적으로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뒷전으로 밀렸던 ‘미운오리 새끼’들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고 있다. 눈치 빠른 부자들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미운오리 새끼를 품고 미소를 짓고 있다.

몇 년 전 카드회사 전환사채에 투자했다가 짭짤한 재미를 본 박모(46·서울)씨는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주식형펀드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박씨가 브라질 국채에 마음이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었다. 박씨가 가입한 2010년 1월 만기인 브라질 국채의 경우 예상수익률이 약 10%이상(원/헤알 환율의 변동 미감안 시)으로 웬만한 국채 수익률의 2배에 육박한다. 사실 얼마 전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7%에 육박할 때까지만 해도 연 10%대의 수익률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금리가 급락하고 주식 시장마저 침체를 보이는 지금은 연 10%의 수익률에 끌리는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다.

다만 13일 브라질 정부가 단기 수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막겠다며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 돈에 1.5%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혀 향후 수익률은 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때 부도위기까지 몰렸던 브라질은 높은 성장률에 힘입어 순채권국으로 전환했으며 국채물량이 줄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브라질 국채와 더불어 부자들의 관심을 끄는 채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물가연동국채’다. 올해 초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지한 최모(58·용인)씨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던 중 물가연동국채에 눈길이 쏠렸다. 국채라서 안정적이고 세제 혜택까지 있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하는 그에게 제격이었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터였는데 물가가 오를수록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니 금상첨화였다.

통상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똑같은 이자를 받더라도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가상승 위험을 회피하는 상품이 물가연동국채인데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음 발행됐다. 사실 세계적으로 인플레와 연계한 국채시장은 지난 2년간 50% 이상 성장할 만큼 인기가 좋다.

주식형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맛 들인 투자자들에겐 채권 수익률이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때엔 원금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세제 혜택이 가미된 채권은 포트폴리오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백조처럼 멋진 수익률을 안겨 줄 미운오리 새끼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백조는 다른 새들이 들끓는 장소를 피해 조용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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