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동호회>빌리어드 우먼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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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당구장이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어쩌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당구장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남성들의뜨거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고 곧 주눅이 들었다.
여성당구모임인 「빌리어드 우먼클럽」(회장 劉明郁.41)이 93년 9월 결성될때 국내 당구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혼자 당구장 가는 것은 엄두를 못내겠더라구요.그래서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 당구를 같이 배운 여성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죠.든든한 아군을 얻은 느낌이더군요.』 劉회장은 클럽 결성의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구력 1년반이 넘어간다는 그녀는 『이제 웬만한 남자에게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그녀의 실력은 4구(四球)게임 기준으로 2백50~3백정도.
현재 이 클럽의 정회원은 30여명.학생들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직장여성과 주부들이다.
이들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 서초동에 있는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정기모임을 갖고 게임도 즐긴다.종목은 포켓볼과 4구게임 두가지. 우승자에게는 소정의 상금을 지급하고 급수를 높여주기 때문에게임이 시작될 때의 열기는 보통이 아니다.
대부분 회원들의 실력은 1백~1백50이지만 劉회장처럼 상당한실력을 지닌 회원도 몇몇된다.
물론 이 클럽이 당구만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다.서로 모여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회원들이 당구를 배우게 된 동기는 여러가지지만 대부분 당구를배우면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격렬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운동효과를 본다는 것이 이들이 꼽는매력중 하나.
그러나 회원들은 무엇보다 게임이 재미있고 스트레스 해소에 만점이어서 애착이 더 간다고 입을 모았다.
빌리어드우먼클럽이 출범한 이후 여성당구를 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포켓볼이 신세대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도시 번화가나 대학가에서 포켓볼당구장을 보기가 어렵지 않을 정도로 여성에게 당구는 보편화되고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劉회장은 『빌리어드 우먼클럽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한국당구아카데미((598)3877)문을 들어설 정도로 당구에 대한 관심과 용기를 가진 여성이라면 일단 준회원의 자격을 준다.
또한 정회원 자격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정기모임에 참석,회원의 임무를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주고 있다. 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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