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도 이창호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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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최강자 이창호 9단이 또 졌다. 그는 9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000만원) 결승 첫판에서 목진석(24)7단에게 백을 쥐고 287수 만에 3집반을 졌다. 5번기에서 한판 진 것이긴 하지만 최철한 6단에게 국수 타이틀을 빼앗긴 직후 또다시 당한 패배라서 반향은 컸다.

대국은 흑을 쥔 목7단의 호전적인 행마에 이9단도 정면 대응함으로써 시종 눈앞을 분간 못할 난타전으로 흘렀다. 이날 목7단이 들고나온 포진은 바로 최철한이 이9단을 두번 꺾었던 바로 그 포진.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번 진 상대나 포진에 대한 연구가 철저한 전략가 이9단이 이번엔 어떤 대응책을 연구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불렀다.

그러나 대국의 흐름은 목7단이 주도했다. 어려서부터 힘이 좋고 수읽기에 능해 '괴동(怪童)'이란 별명을 얻은 목7단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더구나 대마사활을 놓고 펼쳐진 중반의 승부처에서 이9단보다 한 수 더 보는 무서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10년간 완벽하게 버텨온 이9단의 철옹성도 연거푸 달려드는 강력한 신예들의 도전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결승 2국은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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