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 평론집 "시란 무엇인가"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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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문학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작품의 향수능력과 감식안을 가진주체적 독자를 길러내는데 있습니다.주체적 독자는 작품을 자신의취향에 따라 선택할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수 있는 독자를 말합니다.이런 점에서 우리 문학교육은 완전실패로 보입니다.』 50년대 평론가로는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종호(60.이화여대 교수)씨가 평론집 『시란 무엇인가』(민음사)를 냈다.『현대문학』에 일반독자를 위해 1년여간 연재한 글들을 모아 펴낸 이번 평론집은 주체적인 시 감상을 위해 요구되는 「시에 관한 모든 것」이 구체적인 작품해설과 함께쉽게 풀이돼 있다.
이 평론집을 관통하는 유씨의 생각은 『시를 즐기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심미적 체험으로서의 시읽기다.
시는 어떤 문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노래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정서적인 반응의 대상이라는 것 이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감수성은 눌러 두고 시에서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고전 읽기를 통한 심미적 체험은 부족하고 정답과 오답을 사지선다형으로 선택하는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의 서글픈 생태지요.이런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 과는 무관하게 널리 인용되거나 영향력 있는 평론가들이 권하는 시를 수동적으로 선택하기 쉽습니다.시를 감상할 때도 거기서 산문적 메시지를 찾아내려 합니다.그러니 시가 어렵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지요.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시를 읽을 때 언어 속에서 찾아내는 즐거움이 시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씨는 묵직한 사상이담긴 시와 어려운 시가 좋다는 뿌리깊은 미신이 올바른 시감상의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깊은 사상을 가진 명시가 많지만 이때 사상은 산문으로 번역되는 사상과는 다른 것이며 동시중에도 명시가많다는 것이다.
『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우선 노래를 노래로 대하듯 시도 시로 대해야 합니다.주체적인 독자가 되려면 시에 관한 풍문과 미신을 떨쳐버리고 되도록 많은 작품을 읽는 훈련이 필요합니다.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씨는 정지용의 시를 읽고 평론가가 됐고 시 비평에 관한 한 우리문단의 일인자로 군림해왔다.40년 가까이 현장비평가로 활동하며 체득한 유씨의 시론이 선명하게 요약된 이번 평론집은 『텍스트를 먼저 꼼꼼히 읽고 언어적인 세목을 완전히 이해한 뒤 정치.문화적인 맥락을 파악한다』는 그의 진지한 장인적 비평태도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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