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쌀제공 도정.포장에만 100일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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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북한이 우리 쌀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올 경우 북한에 쌀을 보내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또 우리끼리의 「돈 계산」은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의 쌀 재고는 정부.민간을 합쳐 7백1만1천섬(올 10월말 기준)인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하는 적정재고 6백만섬을 빼고 나면 약 1백만섬의 여유가 있다. 〈本紙 28일字 8面 참조〉 이를 모두 북한에 보낼 경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보유 쌀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벼 상태로 보관돼 있어 당장 도정(搗精)작업부터 해야 한다.또 북한은 남한 쌀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부대에 담긴 것은 거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포장재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능력으로 한달간 도정.포장할 수 있는 물량은 30만섬 정도며 이를 배로 실어 보내는데 다시 보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1백만섬을 도정,운반하려면 운송기간을 제외해도 최소한 석달 이상 걸린다는 것이 농림수산부의 설명이다.
쌀값도 따져봐야 한다.
1백만섬을 전부 94년산 일반미로 준다면 현재 정부미 판매가격이 80㎏ 가마당 10만4천5백원이므로 총 1천8백82억원어치가 되며 91년처럼 통일미로 보낼 경우 총 5백85억원(통일미 방출가 80㎏ 가마당 3만2천5백원 기준)이 소요된다.
정부가 쌀을 전량 무상으로 북한에 제공한다 해도 정부회계법상쌀 값은 계산돼야 한다.
정부 양곡을 관리하는 양곡관리특별회계에 북한으로 나간 쌀에 해당하는 대금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정부는 일단 남북협력기금에서 이 돈을 계산해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따라 올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외국산 쌀 35만6천섬을 북한에 주자는 주장도 있다.그러나 이 물량은 남한내에서의 소비를 전제로 들어오는 것인데다 남북한간 거래는 아직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 받지 못하고있어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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