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수입건자재 범람-값싼 러産 H빔등 쉽게 부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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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준미달의 불량 수입건자재가 국내 건설현장에 섞여들어와 사용되고 있으나 거르기장치가 마련돼 있지않아 건물의 안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특히 경도(硬度)가 국산보다 20~30%높아 골조(骨組)로 써서는 안되는 일부 러시아産 형강철골 (H빔)이나녹이 심하게 슨 철강재가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많아 건물 붕괴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건설및 건축자재업계에 따르면 러시아産 철골의 경우 우리나라 기준(KS)이나 일본 기준(JIS)에 미달하는 제품들이대거 수입되고, 철근도 품질이 낮은 스페인.러시아제품들이 건설현장에서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더욱이 외산 철 강재및 철근은수입과정에서 관리소홀등으로 대부분 녹이 슬어 있으나 녹제거 없이 그대로 사용해 레미콘이 제대로 붙지않아 당초 설계강도에 크게 미달하는 건물이 늘어나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철강재조립전문업체인 K산업의 李모씨는 『러시아 H빔을 용접할경우 철골에 금이 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녹이 너무 슬어 이를 제거하지 않고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자재인데도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그대로 사용할 때가 많다』며 『 러시아産 H빔은 현장에서 실제 사용해보면 쉽게 부러지고 조그마한 충격에도 휘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준 미달제품이 국내 건설현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성수기 품귀현상 때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국산보다 값이 싸 영세 시공업체들이 많이 찾는데다,통관시 식품등과는 달리 별도의 검사기능이 없기 때문이다.현재 외산(外産)건축자재 는 종합상사및 D제강.H철강.I제철등 철근메이커를 비롯,중소무역업자들이 건축성수기 때 일부 수입하고 있으나 중량(重量)때문에 기준미달로 판정된다 하더라도 반품이 불가능,수출국 공장의 신용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채 수출.입이 이뤄지고 있다.
C건축의 洪모사장은 『현재 국내 제품 구득난으로 중소업체들은러시아産등 일부 수입재의 품질이 나쁜 줄 알면서 사용할 수밖에없는 실정이고 특히 현재는 물건이 달려 값이 t당 33만6천원선으로 올랐지만 올 3월까지만해도 국내보다 26 .7%정도 싼t당 28만원에 구입이 가능,중소건설업체들이 수입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崔永振기자〉 이에 대해 철강재 수입업체인 삼정철강 金성영대리는 『일반 건축용 H빔에 대한 국내의 경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러시아産이 국산보다 다소 경도가 높더라도 거르기장치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삼성물산의 한관계자는 『지난해에 일본기준조건을 붙여 러시아 니즈니타길社에 H빔 철강재 생산을 주문,수입했으나 기준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현재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재등에 대한 러시아의 기준(GOST)은 우리나라 기준과 다르기 때문에 정밀시험을 하지 않고서는 기준미달 여부를 명확하게 따지기가 곤란하지만 추운나라의 경우 전반적으로 철골재의 경도가 우리보다 높아 국내 공사에 사용하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현장관계자들의 주장이다.전문가들은 생산국의 공신력있는 자재시험기관을 통해 1차로 검증하고 국내 반입후 현장에서 다시 품질검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국내 수입된 자재는 철골의 경우 지난해 62만9천t(국내 총소요량의 35.4% 수준),올해는 3월말 현재 14만6천t이 수입됐고 철근은 지난해 22만3천t,올해는 6천t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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