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훈풍’에 증시 웃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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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000억 달러 ‘긴급 수혈’이 전날 뉴욕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체의 숨통을 터줬다.

“FRB가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떠안는 모럴 해저드다” “FRB가 금리인하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다. 시장은 일제히 반등으로 화답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35포인트(1.06%) 오른 1658.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1.6%)·대만(0.64%)·홍콩(1.86%) 등 대부분 아시아 증시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수급 부담감에 시달리는 중국 증시만 2.3%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체로 FRB의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굿모닝신한 증권은 금리인하를 통한 가격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6∼9개월이 걸리는 데 반해, 이번 유동성 공급조치는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박효진 연구원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까지 한다면 유동성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우증권도 FRB가 금리인하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신용경색 완화조치를 취하면서 투자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이르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흐름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교보증권 이우현 연구원은 “전날 미국 시장의 반응은 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를 일부 잠재웠을 뿐이다”고 평가했다. FRB의 유동성 지원이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2000억 달러로 신용위기를 잠재울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부실이 심화된다면 증시 하락의 폭만 더 키울 수도 있다.

게다가 다음주 집중돼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실적 발표도 부담이다. 4월부터는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나온다.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증시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섣불리 매매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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