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民主내분사태-DJ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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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은 27일 아침 이기택(李基澤)총재의 사퇴의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 어법을 썼다.
그는『40년 정치하며 그런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李총재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퇴를 말릴 의사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그런 말은 하고싶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감정의 격랑(激浪)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金이사장은 李총재의 권노갑(權魯甲)부총재 사퇴요구를 다단계 사퇴전술로 이해하는 것같다.
공개요구인 만큼 협상이 목적이 아니라「결별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金이사장의 선택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權부총재를 후퇴시킬 경우 폭력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은 물론 黨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조차 인정치 않는 셈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 탓인지 金이사장의 측근 의원들도 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선거보다 당권에 더 신경 쓰는 사람과 어떻게 정치적 동거(同居)를 할수 있는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李총재의 요구를 민주당의 지역성을 약점으로 삼아 당권(黨權)에 이은 대권(大權)을 향한 공세로 보고 차제에 정면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金이사장이나 주변이 이처럼 유화적 태도를 포기한 것은 金이사장의 정국 전망과 관련이 있다.
金이사장은 26일 국민大 강연에서『지방선거가 끝나면 전국은 4~5개 정치단위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李총재의「땅」은 없다고 보는 눈치다.
金이사장의 고민은 이러한 분열이 당장 눈앞의 지방선거에 어떻게 투영되느냐는 점이다.
아무래도 승부수를 던진 이번 선거의 전망은 어두워진다.
그의 선거전략을 대폭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李총재가 고분고분 탈당수속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金이사장을 할퀼만큼 할퀴고 나갈 것이란게 대체적 전망이다.
한 당직자는 李총재가「물귀신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金이사장은 이미「이기택 없는 선거」를 구상하고 있다는얘기도 나오고 있다.
선거본부의 대타로 김원기(金元基)부총재.정대철(鄭大哲)고문이물망에 오르고 있다.
예상하지 않은 적전분열 속에서 金이사장의 고뇌는 깊을 수밖에없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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