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자린고비' 全人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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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일부터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격)와 정치협상회의(政協)가 퍽이나 알뜰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자들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해댈 정도다.

베이징(北京) 량마차오(亮馬橋)에 위치한 '21세기 호텔(飯店)'은 매년 전인대와 정협 대표들의 숙소로 쓰이는 곳이다. 8일 이곳에서 만난 한 대표는 "호텔 음식이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난다"며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대표들 식비가 깎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회기도 크게 줄었다. 전인대가 연례 개최로 정착된 1978년부터 지금까지 26차례 열린 전인대의 평균 회기는 14.5일. 그러나 올해는 열흘에 불과하다. 자연 휴식시간도 줄었다. 과거엔 하루 꼬박 쉴 수 있었다. 지방 대표들은 이날을 이용해 느긋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휴식은 반나절이 고작이다.

물자 절약운동도 야무지게 벌인다. 정협 위원들의 경우 제안 원고는 1500자, 발표 원고는 2300자를 초과할 수 없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나마 위원들은 올해부터는 재생지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 인민대학의 구하이빙(顧海兵)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대표들 숫자를 확 줄이자는 제안이다. 현재 전인대 대표는 2984명이다. 1인당 하루 경비를 250위안(숙박비 200위안 + 식비 50위안)으로 잡으면 10일 회기에 750만위안(약 1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顧교수는 전인대 대표는 인구 100만명당 1명인 1200명, 정협 의원은 현재(2238명)의 3분의 1인 7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매년 수백만위안의 경비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재생지까지 아끼겠다고 나선 중국 지도부가 솔깃해할 만한 제안이다.

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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