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한국쌀 조건없이 원조제의 의미-남북 식량교류길 트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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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을 방문중인 북한의 이성록(李成祿)국제무역촉진위원장이 26일 일본 여당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쌀을 긴급히 대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서 주목된다.
李위원장은 특히 남한이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쌀을 원조하거나 대여해줄 의사가 있다면 수용을 검토할 의사를 비추고 일본의원들에게 한국 정부와 교섭을 중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남북한간 식량교류가 이뤄질 수 있을 지 관심을 끌 고 있다.
李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사정을 반영한 것.
북한은 지난 89년부터 계속된 흉작으로 식량생산이 필요량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해 부족분을 수입하거나 식량배급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듭된 식량난으로 비축해둔 식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인데다 식량을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외화난이 가중돼 수입도 쉽지 않게 됐으며 그동안 부족한 식량을 지원해주던 중국도자체적인 식량부족 때문에 식량원조를 끊는 등 어 려움이 2중3중으로 겹쳐져 있다.
특히 李위원장이 직접 인정했듯이 지난해는 일기불순으로 농사를거의 망치다시피해 연간 필요한 식량 6백72만t의 60% 남짓한 4백12만5천t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문에 춘궁기인 올해 5,6월중의 북한 식량난은 사상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李위원장이 일본에 쌀 대여를 요청하면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공급되길 희망한 대목은 북한의 식량난 사정이 매우 심각한 형편임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해 그동안 다각도로 외국에서 식량을 무상으로도입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올해초 미국으로부터 옥수수 5만t을 수입한데 이어 이달초 태국으로부터 쌀 5만t을 수입한 것이 북한이 올해 식량을 도입한 실적의 전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李위원장의 일본에 대한 대여요청은 지난 3월 북한을 다녀온일본 여당의원들과 상당한 사전교감이 이뤄진 뒤에 나온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민간차원은 不可 이와관련,방북의원단 단장이었던 와타나베미치오(渡邊美智雄) 前외상은 李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일본의 쌀대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의사를 밝혀 일본의 對북한 쌀 공급을 실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 정부의 경우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 3월초 유럽순방중 베를린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북한에 곡물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 입장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식량공급을 요청해온다면 정부는 즉각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정부는 민간이 개별적으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이 쌀을 공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남북한간 관계개선을위해서는 우리에 앞서 일본이 먼저 공급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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