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대장정>5.울란우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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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월3일 취재팀은 치타를 떠나 부랴트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울란우데로 향했다.2박3일간의 여정이었다.
울란우데로 가는 길은 타이가삼림의 짙은 침엽수와 함께 잔설이끝없이 이어졌다.아름다운 풍경도 며칠동안 똑같은 그림으로만 전개돼 지루했다.다만 치타에서 우리를 안내해준 시인 미하일(치타州의 매스미디어 담당비서를 맡고 있기도 하다)의 쉴새없는 재담이 트럭여행의 고단함을 조금쯤 풀어주고 있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그가 고집스럽게 취재를 주장해 보게된 곳이 사가산맥 기슭의 아레이호수.
이 호수는 민물임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에서 유일하게 염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그래서 옛날 칭기즈칸은 이 호숫가에 숙영(宿營)하면서 병사들의 상처와 안질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호수의 물은 특히 기관지와 눈병.피부병에 효과를 나타 낸다는 것.
댐을 건설한 덕분에 커다란 호수가 됐다고 하는데 곳곳에 샘터가 있어 치료효과가 있는 물이 마르지 않으며,주변에는 약초가 풍부하다는 게 미하일의 설명이었다.
아레이 호수의 물은 두갈래로 나뉘어 바다로 흐른다.한 갈래는북극해로 들어가고 또다른 한 갈래는 아무르강을 타고 오호츠크해로 흘러 태평양과 만난다.미하일은 『일본이나 한국의 물은 모두이곳에서 발원하는 것』이라며『때문에 아레이는 위대한 물』이라고조금 과장섞인 어투로 말했다.
아레이 호수를 떠나 노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도착한 울란우데는 몽고의 냄새를 가득 풍기고 있었다.이 도시는 1662년 카자흐 기병대에 의해 건설됐으며 1923년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가 됐다.
1917년부터 5년여 계속된 국민전쟁에서 무수한 파르티잔들이이 지방에서 전사해 도시 중심부를 흐르는 우다강물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울란우데란 이곳 말로 「붉다」는 뜻인 「울란」과 「우다」가 합성돼 붙여진 이름.
울란우데는 의외로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았다.
울란우데의 발레가 볼쇼이.키로프에 이어 러시아 전역에서 3위에 이른다고 현지인들은 말했다.도시에는 6개의 극단과 4개의 극장이 거의 매일밤 공연을 하고 있었다.
도착 다음날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려 찾아본 라마교의 다찬寺에는 수백명의 젊은 학승(學僧)이 구도에 정진하고 있었다.오후4시에 올리는 예불은 티베트어로 하고 있었으며 달라이라마의 초상이 법당 중앙에 큼직하게 걸려있는 모습이 첫눈 에 들어왔다. 이 나라에 불교가 들어온지는 3백년전.인도에서 티베트.몽고를 거쳐 전래됐다고 하는데,불교의 전성기때는 어느 집이나 아들중 한명은 반드시 절에 보낼 정도로 그 뿌리가 깊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혁명 이후 라마교는 불자(佛子)들의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잠복기를 보내다가 최근 절 문이 활짝 열리고 예불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내 중심부의 공화국 정부청사앞 광장에 있는 세계 최대의 레닌 두상(頭像.기네스북에 올라있음)에 가려 이 땅은 1백년 가까이 불가(佛家)의 문이 닫혀있었던 것이다.
김용범〈다큐멘터리감독.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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