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분명히 말한다, 외교부에 불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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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64기 육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행사를 마친 뒤 신임 소위들과 함께 연병장을 힘차게 걷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졸업식 치사를 통해 “군의 임무는 변하지 않지만 군의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며 국방 혁신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지혜롭지 않고, 세계적 추세에 걸맞지 않은 외교를 해 왔다”며 외교통상부를 질책했다.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다. 전날 “국민의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라”고 기획재정부를 몰아친 데 이어 이틀째 공직사회의 자세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 인재들을 당초 계획과 달리 많이 임명했지만, 외교부가 지나간 기간 동안 한 일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며 “만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불만이 좀 있었다고 분명히 말하겠다”고 못 박았다. 외교부뿐 아니라 통일부 장관(김하중 전 주중대사), 국무총리실장(조중표 전 외교부 차관)에 외교부 출신 인사를 발탁한 것은 과거에 외교부가 일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외교부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삐걱거렸던 한·미 관계, 자주파·동맹파로 갈려 전개된 이념과 코드 논쟁, ‘친미국이냐 친중국이냐’로 갈팡질팡했던 외교 기조 등은 이날 이 대통령의 혹독한 비판을 피해 나가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에서의 역할,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외교부는 제 역할을 못했다”며 “특히 한·미 관계에 있어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갈래로 의견을 달리했다”고 꼬집었다. 또 “국제 외교라는 측면에서 외교부는 지혜롭지 못했다” “세계가 지역 간, 다자간 협력체계로 나가는데 우리는 세계 추세와 걸맞지 않은 외교 행태를 했고, 그 중심에 외교부가 있었다” “100년 후 후손들로부터 ‘조상들이 참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념이나 코드 대신 이 대통령이 제시한 키워드는 ‘철저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였다.

“친미도 친중도 없다. 국익이 서로 맞으면 동맹이 될 수 있다.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란 없다. 미국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도 그렇다. 국익에 위배되면 한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슬기로운 외교는 미국과 한국의 국익을 맞추는 거다. 중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혜로운 외교가 중요하다. ‘친미냐 반미냐’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론은 남북 관계에도 투영됐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언젠가 통일을 해야 될 조국임에 틀림없다”며 “북한과 대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며 화해와 화합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남북 관계를 지배해온 ‘대북전략, 대남전략적 차원의 구시대적 발상’이나 ‘이념적 논리’에서 탈피해 “서로 주권을 침해하지 말고, 남북의 주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 무슨 도움을 줄지를 고민하자”는 요지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 지도자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한다”며 “남북(정상)은 임기 중 한 번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든 자주 만나야 한다. 일본과도 셔틀외교를 하는데 북한과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대북전략 측면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 태어나든 최소한의 행복을 추구할 권한이 있다’는 인간의 보편적 행복 기준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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