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6지세팅’ 분홍빛 다이아의 영롱한 광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1890년에서 1915년경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의 목걸이.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됐으며 목걸이 줄의 일부를 떼어내면 팔찌가 된다. [사진=티파니 제공]

메릴린 먼로는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노래했다. 1953년 선보인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외친 브랜드는 티파니(정식 명칭은 ‘티파니 앤드 코(Tiffany & Co)’지만 간단히 줄여 ‘티파니’로 부른다)였다. 가질 수 있든, 없든 다이아몬드와 티파니는 ‘가장 갖고 싶은 것’의 대명사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럭셔리 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계 소득 연평균 3억원, 순자산 30억원 이상의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 티파니가 꼽혔다. 조사 대상 브랜드는 보석·자동차·패션·장신구 등 100개가 넘었다. 티파니는 고급시계 롤렉스보다 순위가 앞섰다.

티파니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세기의 티파니 보석전’에 소개될 작품을 통해 티파니의 비밀을 엿봤다.

◇6개의 ‘프롱’이 떠받치는 다이아몬드=티파니의 상징은 ‘육지(六指) 세팅’이다. ‘프롱’으로 불리는 6개의 아주 작은 지지대가 다이아몬드를 들어 올린 모양새다. 1886년 창안돼 지금은 흔한 디자인이 됐지만 티파니에서 개발하기 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디자인이다. ‘육지 세팅’이 나오기 전까지 다이아몬드 반지는 윗면만 빛을 받았다. 아래 부분은 백금이나 금으로 된 ‘밴드’ 부분에 파묻혀 있었다. 원래 무색 투명한 다이아몬드는 자연의 빛을 받아 영롱한 광채를 내는데, 밴드에 보석이 박혀 있으면 빛을 받는 부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지 세팅이 고안되면서 다이아몬드도 제 광채를 찾았다. 대부분의 면이 빛을 받게 된 것이다. 육지 세팅은 작은 것도 더 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디자인 자체는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행 중인, 스타일 중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역사로 남은 보석 ‘콩크’=분홍빛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물론 색이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이어야 한다. 진주도 마찬가지다. 옅은 분홍빛을 띤 콩크(민물에 사는 소라의 일종) 진주는 1~2캐럿만 돼도 수억원을 호가한다. 양식도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이상의 채취도 금지돼 있다.

전시에 소개되는 보디스(칼라·소매가 없는 여성의 윗옷) 장식에는 모두 7개의 콩크 진주가 달려 있다.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당시의 유행을 반영해 수백 개의 파베(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다. 대단히 화려하다. 이 정도 작품을 파베로 꾸미는 데는 800시간이 넘게 걸린다.

‘티파니 실버’로 불리는 최고급 은으로 만든 수프 그릇. 장인의 수공 작품으로 3000만원을 호가한다<上>.
뉴욕 티파니 본사에 있는 다이아몬드 공방 JMS.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下>.

◇디자이너의 보석=20세기 후반 들어 티파니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100년 넘게 1등 자리를 지켜온 ‘육지 세팅’ 다이아몬드를 파는 고급 보석상에 머물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잔 슐럼버제·엘사 페레티·팔로마 피카소·프랭크 게리 같은 걸출한 디자이너가 티파니 보석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슐럼버제는 한 비평가의 말처럼 ‘만져보지 않고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난초 모양 브로치를 만들었다. 화가 피카소의 딸 팔로마는 대담한 디자인으로, 페레티는 눈물 방울, 해파리 같은 자연의 모습을 보석에 옮겼다. 저명한 현대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는 물고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피시’ 등을 잇따라 소개해 티파니 디자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뉴욕=강승민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http://joins.com/rainbow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