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걱정 말고 제주도 오세요” 영문 생활정보지 만드는 영국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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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덟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영어 잡지를 펼쳤다. ‘제주도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법’이 머리기사다. ‘제주에서 즐기는 카트 레이싱’ ‘페리 타고 추자도 여행하기’ ‘설문대 할망 전설을 담은 돌공원’ 등등. 제주도에서 사는 데 필요한 알토란 같은 정보가 담긴 이 얇은 책은 제주 관광책자도, 관청 홍보자료도 아니다.

‘제주 라이프(Jeju Life)’라는 이름의 이 잡지는 제주도에 사는 외국인이 외국인을 위해 만드는 종합생활정보지다. 전통문화와 관광지 소개부터 레스토랑 안내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정보를 담았다.

이 잡지를 만든 사람은 지난해 5월 제주도에 첫 발을 디딘 영국 청년 짐 선더스(25·사진)다.

“처음 제주도에 올 때 자료를 찾아봤는데 관광 관련 정보나, 정부 홍보자료뿐이더라고요. 제주도에서 사는 외국인을 위한 실용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어요.”

필요한 정보가 없다면 부딪히면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웹사이트(http://jejulife.net)부터 열었다.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온 4명의 친구가 취재기자로 합류했고 자신이 편집장으로 나섰다. 지난해 9월 첫 잡지가 나왔다. 제주도에 오기 전 1년간 살았던 울산에서도 비슷한 잡지를 만든 경험이 도움이 됐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사비를 털어 매달 250부를 찍어 카페와 레스토랑 등에 무료 배포하고 있다.

“친구들도 대체 왜 이걸 하냐고 물었어요. 돈까지 들어가면서 말이죠.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에요. 울산에서도 했으니까, 잡지 만드는 게 일종의 취미일 수도 있고요.(웃음) 지금은 다들 도움된다고 좋아해요.”

기삿거리를 찾고, 취재하고, 편집하느라 주말 시간을 온통 잡지 만들기에 쓴다.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건 올해 초. 제주시가 발간 비용을 지원하고 시정 소식지 ‘열린 제주’에 ‘제주 라이프’의 기사를 매달 싣기로 한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생활하긴 편하겠지만 바닷바람 부는 제주도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그는 내년까지 제주도에 머물면서 잡지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웹사이트 방문자 수도 차츰 늘고 있어요. 상당수가 제주도에 살지 않는 외국인인 것 같아요. 그 분들은 제가 만든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잔뜩 기대하면서 제주도를 찾겠죠?”

제주=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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