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동네부엌'으로 반찬 걱정 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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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산동 반찬가게 '동네부엌'을 찾은 주민이 조리사 이한숙씨(右)의 설명을 들으며 반찬을 고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찬 준비는 주부들의 일상적인 걱정거리. 특히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주부들에게는 만만찮은 부담이다. 손이 많이 가는 채소반찬은 엄두를 내기 힘들고 그렇다고 인스턴트 음식이나 사먹는 반찬을 이용하자니 영 못 미덥다.

이런 걱정을 한숨에 날려버리는 '반찬 공동체'가 서울 성산동 6호선 지하철 망원역 근처에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동네부엌'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출발한 반찬가게가 아니다.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동 주방'이다.

유난히 맞벌이 부부가 많은 이 동네에서는 1994년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이웃 공동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집 3곳, 방과 후 교실 2곳을 중심으로 공동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먹거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2000년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생협에서 같은 식재료를 사간 주민들끼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요리법을 서로 나눴다. 그러다 솜씨 좋은 몇몇 주부들이 반찬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맞벌이 주부들은 믿을 만한 반찬을 얻었고, 전업주부들은 부수입을 얻는 '윈-윈'거래였다. 음식주문이 점점 늘어나자 곧 반찬가게도 만들자는 의기투합을 하게 됐다. 8명의 주부가 5000만원을 공동 출자했다. 이렇게 해서 문을 연 곳이 네평짜리 '동네부엌'. 16년 영양사 경력의 박미현(40)씨가 대표 운영자를 맡았고, 20년 경력의 조리사 이한숙(55)씨가 반찬을 만든다.

각종 김치를 비롯, 콩나물.시금치무침.연근 조림.장조림.다시마 튀각.무말랭이 등 집에서 흔히 먹는 반찬이 주 메뉴. 일반 반찬가게보다 1.5배 정도의 가격이지만 유기농 재료에 천연 조미료만 사용해 '우리 이웃'이 직접 만든다는 믿음으로 이용 주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월 7만원 회비를 내고 일주일에 세번씩 두가지 반찬을 받아가는 회원 숫자만도 40여명에 달한다.

현재 매출은 월 600만원 정도. 아직 '겨우 손해는 안보는 정도'의 '동네부엌'이지만 앞으로 지역 곳곳에 체인을 만들어 전업주부들과 직장여성들의 품앗이 공동체로 확대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먹는 반찬으로는 엄마의 손맛을 전하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우려'에 대해 박대표는 "엄마가 동네부엌 덕에 가사일을 덜고 저녁식사 후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책도 보고 놀이도 하는 시간을 얻었다면 이점이 더 많은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02-325-3700.

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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