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영화·팝송으로 영어와 친숙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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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의 영어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핀란드 영어 공교육의 핵심은 ‘CLIL’(내용-언어 통합학습법·Content and Language Integrated Learning)’이다. 수학·과학·미술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교육도 여기에 들어간다.

8일 주한영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크릴(CLIL)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핀란드 이위바스퀼라대학의 데이비드 마시 교수를 만났다. 그는 유럽에 크릴을 전파했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영어교육정책 조언을 하는 세계적인 영어교육 전문가다.

“핀란드 영어교육이 성공한 것은 크릴 덕분이죠. 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유럽의 교육강국들도 이 학습법으로 큰 효과를 거뒀어요. 크릴은 교육과정을 통합해 외국어로 가르치는 학습법입니다. 예를 들면 사회·과학·국어 교과서에서 공해문제를 주제로 뽑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죠.”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 학업성취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과학 1위, 수학 2위, 읽기 2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종합 1위다. 2000·2003년에도 세계 1위였다. 마시 교수는 “핀란드가 PISA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한 데도 크릴이 영향을 줬다”며 “가정에서 탐구학습 자료를 조사하고, 영어로 발표하고, 영어보고서를 쓰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사고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학생들이 노래나 게임을 통한 영어 공부법에 잘 적응하지 못해 학습 의욕이 떨어졌었는데, 크릴로 큰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에선 초·중·고교 영어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문법보다 실용회화 중심으로 가르친다. 국가 공영방송에서 자막을 입힌 영어방송을 하고 있고, 어린이 프로그램은 자막 없이 영어로만 방송되기도 한다.

마시 교수는 “핀란드 어린이들은 글을 배우기 전부터 영어에 빈번하게 노출된다”며 “부모가 영어를 전혀 못하거나 비싼 사교육을 시킬 능력이 안돼도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 실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보거나 팝송을 자주 듣게 하는 방식으로 영어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대해 “영어를 무조건 배우게 하기보다 세계의 다른 나라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8년 이후 태어난 Y세대나 콘텐트세대인 C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학습을 하므로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만다린어나 스페인어가 많이 쓰인다고 해도 국제비즈니스에서는 대부분 영어가 사용됩니다. 영어는 미래사회에서 더욱 강력한 툴(tool·도구)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 학교와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 친구를 사귀도록 권해 보세요.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면, 엄마·아빠를 가르칠 것을 갖게 된다고 느낄 거예요. 이것이 자기계발에 대한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박길자 기자


최근 내한한 핀란드 이위바스퀼라대학의 데이비드 마시 교수. 그는 “유럽의 교육 강국들은 교육과정을 통합해 외국어로 가르치는 CLIL로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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