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종로구평동166에 자리잡은 4.19도서관부지는 권력의 허무함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자유당시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기붕(李起鵬)씨의 집터가 바로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3.15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된 4.19혁명으로분노한 시민들이 李씨의 집으로 몰려들자 아들 이 강석(李康石)은 아버지와 가족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 집단자살의 현장에 4.19혁명의 정신을 기리는 도서관이 들어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대지 5백86평인 李씨의 집터에는 2층 양옥 2동과 한옥 1채가 서 있었다.
4.19후 주인을 잃은 이 집은 4.19유족들에 의해 양옥 2층만 개조돼도서관으로 운영되다 68년부터 낡은 집을 헐고 정부예산으로 지하1층.지상5층 규모의 현 도서관을 지어 71년 개관했다.
『4.19묘역이 재단장되기 전까지 한옥과 창고는 임시로 희생자들의 위패(位牌)를 모셔놓는 위패실로 사용되기도 했었다』고 4.19혁명부상자회 최경열(崔慶烈.65)회장은 회고한다.
도서관 뒤편에는 아직도 李씨가 살던 한옥과 창고건물 일부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듯 폐허가 된 상태로 남아있어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한다.
정부는 오는 97년까지 낡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4.19도서관을 지하2층.지상7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이어서 일부 남아있던 이기붕가의 흔적마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리게 된다.
嚴泰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