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곳지금은>李起鵬집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서울시종로구평동166에 자리잡은 4.19도서관부지는 권력의 허무함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자유당시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기붕(李起鵬)씨의 집터가 바로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3.15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된 4.19혁명으로분노한 시민들이 李씨의 집으로 몰려들자 아들 이 강석(李康石)은 아버지와 가족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 집단자살의 현장에 4.19혁명의 정신을 기리는 도서관이 들어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대지 5백86평인 李씨의 집터에는 2층 양옥 2동과 한옥 1채가 서 있었다.
4.19후 주인을 잃은 이 집은 4.19유족들에 의해 양옥 2층만 개조돼도서관으로 운영되다 68년부터 낡은 집을 헐고 정부예산으로 지하1층.지상5층 규모의 현 도서관을 지어 71년 개관했다.
『4.19묘역이 재단장되기 전까지 한옥과 창고는 임시로 희생자들의 위패(位牌)를 모셔놓는 위패실로 사용되기도 했었다』고 4.19혁명부상자회 최경열(崔慶烈.65)회장은 회고한다.
도서관 뒤편에는 아직도 李씨가 살던 한옥과 창고건물 일부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듯 폐허가 된 상태로 남아있어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한다.
정부는 오는 97년까지 낡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4.19도서관을 지하2층.지상7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이어서 일부 남아있던 이기붕가의 흔적마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리게 된다.
嚴泰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