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기업 효율성 필요” 기조실장에 CEO 출신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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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전옥현(52) 국정원 해외2국장을 임명했다. 또 2차장에는 김회선(53)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3차장에는 한기범(53) 국정원 북한정보실장을 임명했다. 신임 국정원 기조실장에는 김주성(61)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임명됐다.

청와대가 강조하는 이번 인사의 특징은 국정원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면서도 조직 개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정보와 대북 문제를 담당하는 1, 3차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임명된 것은 국정원의 전문성을 인정해 사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내 정보를 다루는 2차장에 법조인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국정원의 활동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뜻”이라며 “기조실장에 경영인을 임명한 것은 국정원도 기업 같은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옥현 신임 1차장은 NSC 정보관리실장, 주 유엔대표부 공사 등을 지내 국정원 내에서 ‘해외 정보통’으로 꼽힌다. 역시 국정원 대북 파트에서 근무해온 한기범 3차장도 국정원 8국 단장 등을 지낸 북한 전문가다.

서울서부지청장을 지낸 김회선 2차장은 이 대통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문제를 다루는 2차장은 대통령 측근을 앉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법조계 내 평가만 따졌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원 인사의 ‘깜짝 카드’가 된 김주성 실장은 코오롱 그룹 부회장 출신이다. 이 대통령과는 2005년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만성적인 노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실장을 파격 임명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코오롱 그룹 출신인 이명박 시장의 형 이상득 의원이 세종문화회관 인사에 관여한다”며 김 실장 취임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 속에 취임한 김 실장은 노사 관계 개선에 성공해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임명된 뒤에 차장 인사를 하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정보기관의 업무 공백을 방치할 수 없어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국회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국정원 인사와 함께 현재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강행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 임명이 12일로 잠정 결정돼 있다”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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