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탈락 → 무소속 출마, 4·9총선 태풍의 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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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물갈이가 총선을 앞둔 정당들이 승리를 위해 택하는 양지라면, 탈락자들의 반발은 그늘이다. 이처럼 물갈이는 필연적으로 명암을 낳는다. 그래서 물갈이 여파에 따른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또는 당적 바꾸기는 4·9 총선의 또 다른 변수다.

한나라당 당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은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공천 탈락자와 그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 때문이다. 그 바람에 당사 주변에 배치된 경비 병력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10일 현재 서울 강남권과 영남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공천이 확정된 가운데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친박근혜계 탈락자 20여 명은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모임을 열고 ‘무소속 연대’ 구성을 논의했다. 이진구(아산) 의원과 김형진(경기 고양일산갑) 당협위원장 등은 모임에서 이번 공천을 “박근혜계를 향한 철저한 표적 낙천”이라고 규정하고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총선에서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전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규택(경기 이천-여주) 의원을 추대했다. 이 의원은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내일(11일) 영남 공천 결과를 보고 무소속 연대의 틀을 더욱 넓혀 구성하자”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아직 공천이 발표되지 않은 영남지역의 김무성(부산 남을) 의원 등 친박 인사들도 농반, 진반으로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친이명박계에 밀려 탈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친박뿐 아니라 친이계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눈에 띈다. 김덕룡 의원과 가까운 이원복(인천 남동을) 의원은 이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낙천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라는 목표가 어긋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15대나 16대 총선에서도 공천 잡음에 따른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한나라당의 과반 목표를 막은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탈락자는 지역 기반이 탄탄해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아직 공천자 확정 발표가 시작되지 않아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뚜렷하진 않다.

하지만 공심위가 금고형 이상의 비리·부정 처벌자 일괄 배제 방침을 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 일부가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당으로 가는 것보다는 무소속으로 그냥 심판 받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도 무소속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지역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무소속 출마가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 후보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탈당 전력 때문에 민주당 입당을 거절당한 강운태 전 의원도 광주 남구에서 강자로 꼽힌다. 현재 민주당은 대대적인 호남 물갈이를 준비 중이어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내 1, 2당이 앞다퉈 물갈이 경쟁에 돌입하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삭 줍기가 아니라 보석 줍기”란 말로 탈락자들을 위한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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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총선에서 역대 최고령 국회의원 당선자는 고(故) 문창모 전 의원이다. 1907년생인 문 전 의원은 92년 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의 전국구 1번 후보로 당선했다. 당시 나이는 85세. 의사 출신으로 대한결핵협회를 조직했고,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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