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이철씨 “40년 만에 찾은 내 노래 고국서 부르게 돼 기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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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제 노래를 40년 만에 고국에서 부르게 돼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재일동포 작곡가 이철(66·사진)씨. 그동안 1970년대 그룹 키보이스의 노래로 알려졌던 ‘해변으로 가요’의 원작자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4년여의 저작권 확인 소송 끝에 그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해변으로 가요’는 이씨가 작사·작곡한 노래”라는 확정 판결을 얻어냈다. 판결 뒤 처음 한국을 찾은 이씨는 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저작권 신탁증서도 받았다.

그는 8월9일부터 열리는 전남 강진 청자축제의 개막식 행사에 초청받아 ‘해변으로 가요’를 부른다. 68년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아시아그룹사운드 페스티벌’에 참가, 이 노래를 처음 선보인 지 40년 만이다.

“내 노래를 되찾은 것도 기쁜데, 고국에서 그 노래를 다시 부를 기회를 얻다니, 평생 소원이 이뤄진 거죠. 원작자의 느낌으로 노래를 부를 겁니다. 함께 무대연출 일을 하고 있는 아내(니시다 이쿠코·53)도 코러스로 무대에 오릅니다.”

이씨는 20대 청년 음악가 시절, 도쿄 남서쪽 쇼난 해안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 8인조 그룹 ‘더 아스트로 제트’의 멤버로 활동하며 일본에서 이 곡을 발표했으며, 68년 서울 시민회관 공연으로 한국에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공연에 함께 참가했던 키보이스에게 이 노래를 부르도록 허락했다. 키보이스가 70년대에 이 곡을 발표, 크게 히트했지만, 저작권은 키보이스의 첫 앨범에는 작사·작곡가 미상으로, 75년 앨범에는 키보이스 작사·작곡으로 표시됐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96년 키보이스 멤버였던 장씨의 노래로 알려졌으며, 98년 장씨의 사망으로 유족이 저작권을 이어받았다.

이씨는 그 뒤 소송을 제기했다. 68년 서울 공연 당시 일본어 노랫말을 한국어로 번역해준 소설가 이호철 씨가 증언을 하는 등 도움을 줬다.

이씨는 자신의 노래가 한국에서 사랑받은 것은 핏속에 흐르는 한국적인 감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별 반향이 없던 노래가 한국에서 엄청난 히트를 치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죠. 해답은 제 핏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DNA라고 생각해요. 그 DNA가 노래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사랑해준 게 아닐까요.”

글·사진=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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