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盧型 탐색전 계속-말聯 北美 準고위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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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준고위급회담을 열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회담 4일째인 23일에는 수석대표가 빠진 실무자급 접촉을가졌다.1,2차 전체회의에서 경수로 노형(爐型)에 대해 논의하다보니 몇몇 중요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엇갈렸기때문에 이의 해소를 위해 전문가 회의를 연 것이다.
실무접촉에는 美측에서 게리 세이모어 국무부 갈루치 핵대사 보좌관등 4명이,北측에서는 이영호 외교부 부국장등이 참석했다.세이모어 보좌관은 지난달 21일 결렬된 北-美 베를린 경수로 전문가회의에 美측 수석대표로 참석할 정도로 경수로에 밝다.북한의이영호는 핵및 국제원자력기구(IAEA)등 국제기구 담당으로 이미 유엔연수를 통해 이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이들이 이날 논의한 기술적 문제들은 대북(對北)경수로 프로젝트와 관련해 핵심적인 것들이다.
이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않으면 설계.제작.시공의 기술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은 이날 머리를 맞댔다.
물론 기술적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또 회의에서 양측은어떤 줄다리기를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우선 경수로 발주자 문제를 들 수 있다.미국은 발주자로는 당연히 韓.美.日 3국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KEDO를 무시하고 있다.경수로 사업비는 결국자기네가 상환하므로 발주자는 북한 조선설비수출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KEDO는 북한당국과 단순히 경수로 공급협정을 체결,돈을 내는 역할만 하고 경수로사업의 기초가 되는 상업계약은 조선설비와미국기업이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韓美는 북한의 한국형 수용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북한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국기업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PC.감리회사)자격으로 중재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북한은바로 이 PC를 주계약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고집 을 피우고 있다. 결국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최대한 훼손하고 한국형에 대한 시비를 걸기 위한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의 입장변화가 크게 기대되지는 않지만 이날오전에 예정된 회의를 오후로 미뤄가면서 평양의 훈령수령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경우 24일부터 열릴 수석대표간 회담은 활기있게 진행될 수 도 있다.
[콸라룸푸르=李相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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