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삭제안한 완역판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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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전쟁의 참상을 가장 가냘프면서도 가장 리얼하게 전하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안네의 일기』무삭제 완역판이 홍경호(57)한양대 독문과 교수의 번역으로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됐다.
『안네의 일기』는 유대인소녀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눈을 피해가족과 함께 네덜란드의 은신처에서 숨어 살던 1944년6월12일부터 1944년8월1일까지 자신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기록한일기로 47년 1백여쪽 분량이 삭제된채 출간됐 었다.
『안네의 일기』는 세가지 각기 다른 版이 있는데「A판」은 안네가 비공개를 전제로 쓴 원판,「B판」은 안네가 44년 봄 전쟁이 끝나고 책을 내기 위해 그간의 일기를 부분 손질한 개정판,「C판」은 가족중 유일한 생존자인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사생활을 드러내는 부분을 삭제하고 미숙한 문장을 수정해 실제 책으로 출간된 삭제수정판이다.
이번에 소개된『안네의 일기』는 80년 오토 프랑크가 사망하면서 암스테르담 국립전시 자료 연구소에 기증한「A판」원고를 안네프랑크 재단이 91년 책으로 펴낸 것.
무삭제판 『안네의 일기』는 출간되자마자 곧바로 영국.독일.미국.프랑스.일본등 15개국에서 잇따라 번역되는등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추가분의 내용이 안네가 유대인 박해의 시대적 증인이라는 의무에서 풀려나 비로소 온전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으로 재조명될만큼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
『언젠가 엄마에게 여기에 있는 작은 돌기 같은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엄마는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아직까지도 엄마는 아무것도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엄마가 돌아가실때의 일은 쉽사리 상상할수 있어도,언젠가 아빠가 돌아가신다는 사실은 도저히 상상할수가 없습니다.너무 심한 말 같지만 이건 진심이에요.
』 『나는 아빠의 일보다 페터의 일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페터가 나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페터를 정복했습니다.』 추가된 원고에는 13세에서 15세까지 한 소녀가 겪을 법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움,성에 대한 호기심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내일을 알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에서도 한 소녀로서의 꿈과 욕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던 안네의 모습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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