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한鄲之夢-인생은 덧없는 한바탕의 짧은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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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당 현종(玄宗)때의 일이다.여옹(呂翁)이라는 도사가 한단(邯鄲.현 河北省)의 허름한 여관에 투숙하고 있었다.그때 노생(盧生)이라는 젊은이가 들어 오더니 신세타령을 늘어지게 하는 것이아닌가. 그러다 졸음이 와서 여옹의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그 베개는 도자기로 만든것이었는데 양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는 동안 구멍이 자꾸만 커져 노생은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것은 별천지였다.고래등 같은 집이 있었는데 노생은 그 집에서 주인의 딸과 결혼하고 벼슬이 장관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물극즉반(物極則反.만물은 극에 달하면 쇠퇴하게 됨)이라고 했던가.그는 간신의 모함을 받아 지방으로 좌천(左遷)되었다가 3년후 다시 불려 올라와 이번에는 재상(宰相.국무총리)에올라 10년이 넘도록 천자를 보필해 이름을 날렸 다.
하지만 이번에도 물극즉반의 섭리는 어김없이 찾아왔다.역적으로몰려 죽게 된것이다.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차라리 고향에서 농사나 짓고 있었던들,누더기 걸치고 한단(邯鄲)의 길거리를 거닐때가 좋았소.하지만 이제 도리가 없게 되었으니….』 자신이 죽는 순간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여옹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인생이란 본디 그런 것이야.』 한바탕의 짧은 꿈,그러면서도갖은 우여곡절을 다 겪게 되는…하지만 그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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