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음주와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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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술의 역사는 선사(先史)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인류는 역사 이전부터 사탕수수.녹말 등을 발효시켜 각종 술을 빚어왔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술은 포도주다.포도주 문화는 코카서스 남쪽아르메니아 산간지방에서 시작돼 기원전 3천년 이 전에 메소포타미아.이집트로 전파됐고 유럽과 극동(極東)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의 술의 신(神)바커스는 「포도주와 환락의 신」이다.많은 남녀를 거느리고 인도.에티오피아까지 여행하며 가는곳마다 포도재배법과 포도주 양조법을 가르쳤다고 한다.무절제한 음주와 방탕이 아니고「신의 자비로운 힘과 그 품 성을 예찬하는달콤한 포도주의 합창」이었다.기독교 성서에도 「포도주는 즐겨 마시되 취하지는 말라」는 언급이 있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을 돕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의학적 연구보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지난해 9월 미국의학협회는 「미국의전체인구가 일제히 술을 끊는다면 심장질환 사망자는 현재보다 연간 8만1천명씩 늘어날 것」이라는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한달후 영국 의학저널은「하루에 한 두잔씩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또다른 연구결과를 소개했다.올들어 덴마크의 코펜하겐 심장연구소는 12년간 1만3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하루 서너잔의 포도주 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또 맥주나 양주를 마시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고밝혔다. 포도주 CM처럼 들리지만 「가볍게 마시는 것이 마시지않는 것보다 좋다」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가벼운 음주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관의 응고를 막아 심장혈관병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줄인다.반면 과음이나 폭음은 심장쇼크나 사고를 통한 사망의 위험을 도리어 증대시킨다.최근 미국의 의학권위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여성의 경우 하루 두 잔 이상의 음주는 이점보다 위험을 증대시킨다고 경고했다.붉은 포도주를 즐기는 프랑스인들 가운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프랑스의 역설」로 불리는 판이다.
「하루 한 두잔」은 식사때 가볍게 곁들이는 절제된 음주습성을의미하며 이 절제된 행태가 건강에 소중하다고 한다.「딱 한 잔만 더」는 주신(酒神)바커스의 유혹과는 숫제 거리가 멀다.절주(節酒)가 금주(禁酒)보다 더욱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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