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계적 미디어 재벌 머독 게임대회 만들고 중계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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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e스포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머독 소유의 글로벌 위성 미디어인 다이렉트TV(북미), 스타TV(아시아), BSKYB(유럽)들이 전 세계 1억 이상 가구에 게임대회를 중계방송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7년 동안 세계비치발리볼리그(AVP)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앤디 리프를 영입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프로 비디오 게임대회인 ‘CGS(Championship Gaming Series)’를 시작했다.

위성 스포츠 채널로 유명한 다이렉트TV를 소유한 머독이 왜 게임대회를 만들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리프 CGS 대표는 “다이렉트TV에서 그동안 자동차 경주(레이싱)를 비롯해 미식축구(NFL)·농구(NBA)·야구(MLB) 등을 서비스했는데 재계약 시점에서 중계료가 너무 많이 들었다”며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트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만 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CGS는 총싸움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축구 경기인 ‘피파’ 등 네 종목에 총 100만 달러(약 9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전 세계 18개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 참여하는 글로벌 리그다. 지난해 12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소니 스튜디오에서 최종 결선이 열렸다. 재미있는 것은 CGS가 철저히 쇼를 지향한다는 것. 카메라만도 크레인에 탑재한 두 대를 포함해 모두 12대를 투입했다.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중계하고 위성채널로 녹화중계한다. 스튜디오 내 전광판에는 경기 장면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 모습과 얼굴 표정이 대비되어 비친다. 객석에는 관객들이 상황에 맞춰 응원을 벌인다. 프로레슬링처럼 e스포츠에 쇼 비즈니스를 결합한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을 내세운다.

CGS는 전 세계를 대륙별 방송으로 나누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통합해 전 세계 e스포츠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목표다. 거대 자본을 쏟아부어 e스포츠에 미국식 흥행 코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이에 열광하는 팬, 이에 대한 기업의 후원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은 한국형 e스포츠가 ‘머독식 게임쇼’와의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명기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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