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 콸라룸푸르서 再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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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北-美 準고위급회담이 20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美대사관에서 시작됐다.북한과 미국은 지난달 21일 베를린 경수로 전문가회담이 결렬된지 한달만에 다시 대좌했다.
북한대표단 7명은 이날 오전10시(한국시간 오전11시)美대사관에 도착했다.北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冠)외교부 부부장은 대사관 마당까지 마중나온 美측 수석대표 토머스 허바드 東亞太담당 수석부차관보와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양측 대표단은 美대사관내 공보관 소회의실에 마련된 회담장에서정식으로 인사를 교환하고 이번 회담 일정에 대해 우선 논의했다.양측은 이어 수석대표 기조발언을 통해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美측의 허바드 대표는 『베를린회담은 결렬됐으나 이제 양측 대표들도 바뀌고 그 격도 높아졌으므로 좋은 결실을 맺자』며 기대감을 표명했다.그는 『제네바합의 이행은 남북한과 미국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며 특히 한국형 경수로 수용은 북한에 큰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계관은 일단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상당히 유연하게 나왔다는 얘기다.그는 이날 우리가 예상했던 평화협정 체결주장이나 핵동결 해제 위협은 하지 않았다.정치적 레토릭(修辭)을 거의 구사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통상 회담 첫날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는 버릇이있다. 그 다음부터는 태도를 서서히 누그러뜨리지만 첫날만큼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게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그때문에 우리정부나 美측은 이번 회담에 다소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고 이곳에 파견된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경수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앞으로도 그러기로 했다.그러나 양측은 별다른 접점은 찾지 못했다.한국형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북한의 태도에는 아직까지 눈에 띌만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 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본질적으로 미국형 경수로(한국형인 울진 3,4호기 그대로는 안되며 이를 미국기업이 개량하면 무방하다는입장)가 아니면 안되며 주계약자도 미국기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北-美양측은 22일 북한대사관에서 2차회담을 갖고 그후 몇차례 더 접촉을 갖기로 했다.韓美양국은 북한이 한눈팔지 않고 계속 경수로에 관심을 보일 경우 한국의 기본입장을 지키는 선에서여러가지 유인책을 제시하고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 이다.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예측불가능이어서 회담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콸라룸푸르=李相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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