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사무처에는 실망감이 퍼지고 있다. 처음으로 총선에 대거 나선 입법고시 출신들이 줄줄이 낙마했기 때문이다.
국회의 법안ㆍ예산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입법고시가 도입된 것은 1976년. 그 후 32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18대 총선에 입법고시 출신들이 출마 스타트를 끊었다. 고시 2∼5회 출신 다섯 명이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한 것이다.
2회 출신인 임종훈 전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홍익대 교수)이 경기 수원 영통에 공천을 신청했고 민동기 전 입법차장(4회ㆍ경기 안산 상록갑),상원종 전 입법연구원장(4회ㆍ서울 서초을), 문제풍 전 방송통신 특위 수석 전문위원(5회ㆍ충남 서산-태안), 김용구 전 사무차장(5회ㆍ경남 함안-의령-합천)도 나섰다.
문 전 수석은 “국회에서 30여 년간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정치 발전에 쏟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출마 취지를 밝혔다. 17대 국회에서 입법고시 출신들이 입법ㆍ사무차장 등 고위직을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한 데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회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올해 입법고시 경쟁률이 352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은 상황. 그래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나라당 공천 관문에 번번이 막혔다. 특히 임 전 수석의 경우 지역의 당협위원장까지 맡아 기대가 높았으나 비례대표인 박찬숙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문 전 수석은 한나라당이 해당 지역에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의 전략공천을 결정하면서 탈락했다. 나머지 세 명도 공천에서 배제됐거나 탈락 위기다.
입법고시 출신의 한 국회 사무처 직원은 “의원으로 따지면 8∼9선에 이를 만큼 입법활동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모두 탈락시킨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는 중립을 지키는 게 옳다고 믿었는데 이번 상황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선 “지난 정부 때 누릴 것 다 누린 사람들인데…”라는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당 공심위의 한 관계자는 “그런 이유로 탈락시킨 건 아니고 이분들이 대체로 강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