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통일 라인, 유명환 장관에 힘 실렸지만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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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8면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라인 특징은 외교부가 비약적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된 것을 비롯, 외시 7기 동기인 유명환 주 일본 대사와 김하중 주 중국 대사가 나란히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이 됐다. 8기의 조중표 외교부 1차관도 총리실의 총리실장(장관급) 자리에 올랐다. 최근 10년 정권 교체기마다 수난을 겪은 외교부로선 상상도 못한 일이다. 글로벌 코리아, 남북 문제에서의 국제 공조, 자원 외교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가 그대로 인사에 투영됐다는 풀이다. 외교 라인이 중용되면서 노무현 정부 때 불거졌던 ‘동맹파’와 ‘자주파’의 파열음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강력한 1인 독주는 어려울 듯

하지만 외교 인맥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도가 갖춰지면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 새 국정원장, 청와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의 목소리가 어떻게 담겨질지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7일 외교안보정책과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장관급으로 구성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설치하고 의장직을 외교부 장관이 맡는다고 발표했다. 일단은 외교부 장관에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대체하는 이 회의에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는 또 외교안보수석이 이 회의의 간사를 맡는다고 밝혔다. 김 수석이 부처 간 정책 조율이라는 대통령 보좌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것이란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 수석이 차관급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때문에 실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대신 수석은 관계부처 차관· 차관보급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를 매주 열게 된다.

유명환 장관이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좌장을 맡긴 하겠지만 과거 정부 때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이나 이종석 NSC 사무차장,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처럼 독주체제를 굳히긴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 장관은 컨트롤 타워의 지휘봉은 받았지만 대통령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고, 조정 역할을 맡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가까이에 있다. 거리와 힘이 분산돼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힘을 실어주기보다 항상 시험하는 스타일이란 점도 강력한 1인 독주체제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외교안보 현안에 따라 상호 견제와 경쟁 구도가 연출될 것이란 분석도 적잖다. 특히 유 장관과 김 장관은 외시 7기 선두 주자로 경쟁해온 동기다. 6년5개월간 중국 대사로 근무한 중국통 김 장관이 중국과의 관계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외교부-통일부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교부의 한 인사는 “두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갈등을 거울 삼아 가능한 한 마찰을 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통일부는 조만간 외교통상부 건물 4~6층에 입주하게 된다.

자원외교를 놓고 총리실과 외교부가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에 나서면서 갈등 기류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과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함께 나온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한승수 총리가 외교부 장관이던 시절 장관 특보로서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라인이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와 원칙 있는 대북관계 등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정책 수립과 수행 과정에서 호흡을 비교적 잘 맞춰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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