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 금강 하류 강경 ‘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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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 등 금강변 일대. 이 일대 100여 곳의 음식점마다 ‘봄철의 별미 위어회 있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음식점 주차장들은 서울·광주 등지에서 찾아온 미식가들의 차로 붐볐다. 집안에서 80년째 위어회 음식점을 운영하는 신창호(50)씨는 “올해는 날이 따뜻해 위어가 예년에 비해 열흘가량 빠른 2월 중순부터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위어는 멸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은백색인데, 몸 길이가 큰 것은 30㎝, 작은 것은 20㎝ 정도. 가늘고 칼 모양처럼 생겼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금강 어귀 갈대밭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갈대 위(葦)자를 써 위어(葦魚)라고 불린다. 가까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위어는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산란을 위해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어민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위어들이 올라오는 바다 길목에 그물을 친다. 나일론 실로 엮은 길이 40∼50m, 높이 1m짜리 그물이다. 어민들은 1.5t의 작은 배를 이용해 하루 두 번 반복하는 밀물이 시작되기 전에 그물을 치고 한 시간 정도 지나 썰물이 시작되면 그물을 건져 올린다. 한 번 그물을 끌어올리면 300∼400마리의 위어가 잡힌다. 위어는 지형적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 많은 충남 서천·강경 등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나온다. 논산시는 위어를 잡는 석 달 동안 5t가량이 출하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곧바로 죽어 어민들만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위어는 3월 초에서 4월 말에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산란기 때여서 살이 통통하게 붙고 기름기가 많아 담백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이 지나면 가시가 억세져 맛이 떨어진다.

백제시대 때 왕궁에 진상했다는 위어.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부여에 머물 때 밥상에 위어 요리가 없으면 대로(大怒)했다고 한다. 칼슘·철분 등 고단백질 식품으로 스태미나 보강과 숙취 해소에 좋다. 당근·오이·미나리 등 15가지의 재료를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린 새콤달콤한 회무침이 별미. 위어를 잘게 썰어 상추에 싸먹는 회나 매운탕·구이·비빔밥 등이 있다. 가격은 4명이 먹을 수 있는 한 접시(15마리)에 3만∼4만원 정도. 회와 무침은 포장을 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논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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