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자,쓰세요./고마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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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0면

오늘부터는 『도-모』편.『도-모』는 「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안녕하세요,안녕히 가세요,안녕히 계세요」등 그 의미가 너무 많다.그리고 모호하다.그런데 모호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리한 인사말이다.자,만화를 보자.
비행기 안에서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쓰려고 보니까 아차,볼펜은 머리 위쪽 선반에 얹은 가방 안에 있다.꺼내기 귀찮은데 안꺼낼 수도 없고….이 때,옆자리에 있다가 볼펜을 빌려주는 친절한 청년.이 청년이 쓰고 있는 『도-조』라는 말 은 이미 배운대로 남에게 뭔가를 권할 때 쓰는 말.그런데 볼펜을 받는 청년이 쓰는 『도-모』라는 말은 「매우 감사합니다」,『도-모 아리가토-고자이마스』의 『도-모』일 수도 있고 「아주 미안합니다」,『도-모 스미마센』의 『도-모』 일 수도 있다.바로 이런 점이 『도-모』를 정체불명에 빠뜨린다.나를 도와주시기 위해 귀찮은 일을 하셨으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뭐라고 딱꼬집어 말하기 어렵군요.이런 감사와 사죄의 마음이 섞여 있는 모호함이야말로 일본,일본 적이다.스트레이트하게 딱 분질러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일본어 표현 중에서도 『도-모』는 그 대표선수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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