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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라고 불 번쩍거려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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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친지의 집들이에 다녀오느라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그런데 운전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려는 나에게 다른 차들이 빨리 가라는 신호로 상향등을 번쩍거리며 바짝 뒤에 붙다가 추월하려 애쓰는 것을 보곤 당혹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승용차가 시속 100㎞로 운행할 경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부터 무려 30m를 지나서야 차가 완전히 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비가 올 때는 1.5배 이상, 결빙 노면에서는 세배 이상 정지거리가 길어진다고 한다. 아무리 순발력을 자랑하는 운전자라 해도 과속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직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만이 사고를 방지하는 길이다. 한해 동안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가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디 운전자들은 안전거리 확보 습관이 초보 운전자나 갖는 촌스러운 자세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필수적인 태도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천우진.전북 전주시 삼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