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의日자동차 제재는 시장원리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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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0여년전 로널드 레이건은 일본으로부터의 자동차수입에 대해 「자율」쿼터를 부과했다가 미국소비자들에게 수십억달러의 부담만 안겨줬다.이번에도 보호주의조치는 공세적인 자유무역이라는 외피로치장되고 일본에 시장개방압력을 넣기 위해 필요한 보복조치라며 정당화될 것이다.그러나 그 결과는 기껏해야 미국 자동차산업관련근로자 1백30만명을 다시 한번 보호하는데 그칠 것이다.
대일(對日)제재조치를 정당화하는 표면적인 논리는 미국차가 수입되지 못하도록 일본시장이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다.일본의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의 비중은 겨우 7%인데 비해 미국의 수입비율은 그 세배나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결 과적으로 유죄」란 주장은 시장경제에 대한 설명으로는 생소한 개념이다.이런논리라면 마이클 조던의 농구선수로서의 연봉이 야구선수일 때보다많다는 이유로 농구에서의 보상이 불공정하다고 판정해야할 것이다.올바른 설명은 그가 농구를 더 잘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美日사이의 수입불균형은 일본이 자동차를 더 잘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옳다.
무역장벽때문에 일본소비자들이 일제차를 산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90년대초 美상무부와 日통산성이 공동으로 행한 조사는 보호론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일제차가 뉴욕과 똑같은 값에 도쿄(東京)에서 팔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미국의 통상협상담당자들이 왜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부품을 주요 요구대상으로 삼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美행정부는 일본기업들이 美부품공급업체로부터 자동차부품의 수입을 늘릴 목표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그러나 양적인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원리를 파괴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게 국제무역에서 확립되고 있는 원칙이다.美행정부는 이런 극단적인 접근방식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듯하다.그러나 일본기업들의 독점적 관행과 미국내법상 위법성 여부는 그렇게 분명치 않다.
만일 美정부가 진정으로 일본자동차업체들이 反경쟁적 위법행위를한다고 믿는다면 일본정부와 공동으로 反독점 조사를 개시해야 할것이다.미국내 일본계 기업들이 실제로 反독점법을 위반했다면 법무부가 기소하면 된다.만일 법을 위반한게 아니 라면 미국의 협상담당자들은 수치목표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는 이런 합리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는 대신 제재부과로 기우는 모습이다.이는 단지 일본과의 값비싼 무역전쟁을 촉발시킬 뿐이다.
패전 50주년이 가까워짐에따라 교활한 일본 정치인들은 자유무역의 원칙을 내세워 미국에 대항함으로써 선거에서 이기려 할 것이다. 이 무역전쟁의 결과는 양측 모두에게 가혹한 것이 될지 모른다.미국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경우조차 美행정부의 당초 목적이 달성되리란 보장은 없다.
美정부내에는 제재조치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일본의 전반적인 무역흑자는 주로 저성장과 높은 저축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주로 낮은 저축률때문에 늘어나는 것이다 .
미국이 재정적자를 없애거나 민간저축을 늘려 이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는 한 미국의 대외수지는 적자가 계속될 것이다.
무역제재의 부정적인 측면은 분명한 반면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치 않다.美정부는 이 파멸적인 길로 더 들어서기 전에 기본정책을 재고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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