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戰爭 시대 한국 無방비-국제 新품종기구 가입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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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농업계는 지금「씨앗전쟁」시대.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각국은 자국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 종묘회사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좋은 품종의 씨앗(유전자원)을 확보키 위해 혈안이지만우리나라는 그 대비가 너무 허술하다는 우려의 목 소리가 높다.
선진국에서 구걸하다시피 좋은 품종의 씨앗을 얻어와야 하는 상황인데다 특허보유국의 동의없이 외국품종을 들여왔다가「씨앗도둑 나라」로 불리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종묘회사 등 국내 씨앗관련 기관 연구원들이 프랑스.네덜란드등 선진국 종자개발회사들을 통해 꽃.채소 등의 신품종 씨앗을 연구용으로 얻으려다 잇따라 면박만 당하고 헛걸음쳤다. 외국회사들은 우리 연구원들에게「씨앗을 상업용으로 번식.
유출시키면 모든 책임을 지고 배상까지 하겠다」는 종전에는 없던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한 것.물론 이들은 외국품종을 연구용으로만쓸 요량이었지만 뒷날 우리 기술로 비슷한 품종을 개 발했을 때외국기관이 특허권 침해라고 따지고 나서면 방어하기 곤란해 서약서를 쓸수 없는 형편이다.
농산물 신품종을 개발키 위해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씨앗확보가 필수적이나 국내의 농업진흥청 종자(種子)은행에는 선진국의 절반도 못되는 고작 11만6천점을 보유하고 있다.미국과 러시아.중국은 각각 30만점이상씩 확보해 놓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그간 농산물분야의 국제특허기구라 할 수 있는 식물신품종보호협약동맹기구(UPOV)에 가입하지 않았다.또 선진국이 UPOV에 등록한 신품종을 로열티를 내지않고 비공식적으로 확보.번식해 해외에 역수출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알려져「씨앗 도둑국」이라는 오명을 들어도 항변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일본은 일제때부터 최근까지 한국 농산물의 종자 확보에 주력,우리나라 기관들도 갖고 있지 않은 멸종된 토종 종자까지 갖추고 이들 종자의 교배.유전자조작 등을 통한 신품종개발이 활발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의 윤진영박사는 "우리도 UPOV에 가입토록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본등 선진국들이 확보된 씨앗을 이용해 획기적인 신품종을 개발하면 우리도 로열티를 내고이를들여와 재배해야할 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추.무등 몇몇을 빼고는 신품종 개발능력이 매우 약해 국내 종자시장(1천2백억원규모)을 선진국에 고스란히 내줄위기라는 설명이다.<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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