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는 두얼굴의 지식인-언론인 혼다氏 정면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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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를 「두얼굴의 지식인」으로 강도높게 비난한 책이 번역 출간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책은 일본의 저널리스트 혼다 가쓰이치(本多勝一.63)가 20여년간 일본 매체에 발표한 글들을 전문번역가 양억관(梁億寬.39)씨가 편역한 『오에 겐자부로』(하소출판사刊).
혼다는 아사히(朝日)신문기자로 베트남전쟁을 취재했고 반전(反戰).반핵(反核).반공해(反公害)의 관점에서 기사를 써 온 저널리스트.『오에 겐자부로』는 혼다가 20여년간 오에의 지식인으로서의 행동을 비판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혼다는 오에를『반체제 조직에 강연이나 모금운동으로 협력하고,대립하는 체제측의 대표적인 미디어에는 베스트셀러 작품을 공급,체제와 반체제 양쪽에 웃는 얼굴을 내보이는 것,체제안에 있으면서 반체제의 비판도 봉쇄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리고 이같은 오에 행동학의 예로▲월남전 당시 반전운동을 하면서 반대노선의 주간신조(週刊新潮)에 소설을 발표한 것▲82년「문학가의 반핵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것▲재무장을 주장하며 할복한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은 것등을 꼽고 있다. 혼다는 또 오에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발표된 직후에 쓴 글을 통해『스웨덴 국왕이 주는 노벨상은 받고 일본 천왕이 주는 문화훈장은 안받는 오에의 행동은 기회주의자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글에서 혼다는『노벨상은 서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어지는 인종차별상』이라고 비판하고『베트남전을 지지한 대가로 일본총리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키신저에게 평화상을 주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우냐』고 노벨상 자체의 공정성을 비판하 고 있다.
한편 오에는 이같은 혼다의 공격에 대해 거의 무반응으로 일관해 왔는데 86년 아사히신문 문화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간접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오에는 이 글에서 혼다의 비판 요지를 정리하고『최근 10년간단편작업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하마에게 물리다」를 신조사에서 발간하는 것으로 나의 대답을 삼기로 했다』고 적고 있다.이는 혼다가 비판한 신조사의 관계가 지식인의 역할과 문학을 양립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불가피 하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유하(세종대교수.일문과)교수는『오에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안에서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부각돼 있는 인물』이라며『혼다의 비판은 부분적인 문제를 크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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