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PI 서울총회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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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언론인협회(IPI)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우리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불과 4,5년전까지만 해도 감시대상국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언론자유국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은데 대해선일단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우리의 언론자유는 이제 겨우 그 싹을 틔운데 불과하다.그 싹이 튼튼히 자라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수많은 고개가 남아 있다.한국언론은 앞으로도 정치권력이나 자본,그리고 각종 이익단체들의 위협과 유혹을 이겨나가야 한다.아울러 언론자유를 언론인의 자유로 착각하는데서 오는방종(放縱)과 무책임(無責任)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현재로선그 어느 쪽도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IPI회원국들에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애정어린 감시와 충고,그리고 동료애를 당부하고 싶다.세계가지구촌화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언론간의 국제적 협력은 비단 언론자유의 수호와 신장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언론의 새로운 기능을 개척하는데도 필요불가결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이번 IPI총회의 토의주제 가운데는 「독일통일의 교훈」「지구화와 문화적 정체성」 「민주화의 경제성」등이 포함돼 있다.우리에게 있어선 이들 주제는 남다른 관심사다.분단국인 우리로서는 독일통일에 있어 언론이 과연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화」라는 세계적인 조류 속에서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正體性)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역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민주화와 경제성」이란 주제 또한 언론자유의 신장을 포함한 정치적 발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우리 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참가 언론인들이 이들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경험과 식견을 들려주기를 기대한다.이러한 언론인들의 지적 노력은 한국언론의 발전 뿐 아니라 세계 언론을 한단계 더 성숙시킬 것이며,언론자유가 지구촌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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