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國校서1日교사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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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13일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서울 재동국교를 방문,1일교사로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하며 학생들과 축구도 함께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체크무늬 콤비차림으로 金대통령이 교정에 들어서자 운동장에 나와 놀고 있던 어린이들이 『대통령 할아버지』를 외치며 몰려들었다.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는 심심할 때 오락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도 하는데 대통령 할아버지는 심심할 때 뭘 하나요.
『대통령도 심심할 때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일이 많다.심심하다는 말이 사치스럽다.』 -(여자 어린이)대통령이 되고 싶은데요.우리나라에는 왜 여자대통령이 없나요.
『(웃으며)대단한 의욕이다.꼭하려는 사람은 되는 것이다.머지않아 우리도 여성시대가 올 것이니 자신과 용기를 갖고 노력하라.』 -대통령이 되는 비결은 뭐예요.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것같아 보이지만 최후의 승리는 정정당당하게 가는 사람의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골고루 먹어야한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데 대통령 할아버지는 매일 칼국수만 잡수셔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나요.
『칼국수를 원래 좋아하지만 세끼 모두 칼국수만 먹는 것은 아니고 설렁탕과 추어탕도 먹는다.』(이때 趙교사가『청와대 칼국수의 맛이 좋다면 저희반을 한번 초청해달라』고 요청했고 金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자 어린이들은 일제히 환호).
-고민거리가 있는데요.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친한 친구도그 여자친구를 좋아해요.사랑과 우정중 무엇을 선택할지 가르쳐주세요. 『(웃으며)국민학교 5학년생이 여자친구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끝내 쟁취해야 한다.』 -대통령할아버지가 아버지 담배를 끊게 해주실 수있는지요.
『인간이 하는 일중 담배를 피우는 것이 가장 건강에 해롭다.
선진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여러번 해봤지만 담배피우는 사람은못봤다.훌륭하게 된 사람중에 담배피우는 사람은 못봤다.』 -숙제를 조금만 내주도록 해주세요.
『오늘 얘기를 듣고 선생님이 적게 내주지 않겠느냐.』 -학교다닐때 축구선수를 하셨다는데 우리와 함께 축구시합을 해주세요.
『중학교까지 축구했다.그 때는 주장이었다.원하면 한번 해보자.』 金대통령은 운동화로 갈아신은 뒤 운동장으로 나와 맨손체조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운동장 중앙에서 선축(先蹴)하고 10분간 축구를 했는데 학생들의 공을 가로채 드리블하는등 실력을 발휘했다.축구시합이 벌어지는동안 수업 받던 학생들이 창 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대통령 할아버지』를 외치는등 떠들썩한 분위기를자아냈다.金대통령은 축구시합이 끝난 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학교를 출발했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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